사람이 하는 일엔 역시 마음이 중요하다. 대구의 ‘3ㆍ27 쾌거’는 잘 짜여진 영화 시나리오 같은 ‘감동 작전’이 주효 했다는 분석이다. 한 마디로 집행이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얘기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이하 육상대회) 유치위원회는 대구 실사가 실시된 지난달 22~25일 첫 번째 ‘감동 작전’을 선보였다. 실사단이 도착한 대구공항부터 대구월드컵경기장까지 시민들이 몰려나와 ‘OK 대구’를 외쳤다.
23일 경기장 실사 때는 집행이사가 눈물을 쏟기도 했다. 유치위원회는 84년 LA올림픽 여자 400m 허들 금메달 리스트인 나왈 엘 무타와켈(모로코) 집행이사를 위해 그가 올림픽 때 메달을 딴 감격스런 장면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영했다
더욱이 27일 케냐 몸바사 현지에서 실시된 프레젠테이션도 감동 그 자체였다. 대구의 역동적인 모습,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장면, 2002 한일월드컵 때의 붉은 물결과 ‘코리아 그리고 대구 파이팅’을 외친 노무현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 등 총 11개의 시퀀스로 짜여진 40분짜리 프레젠테이션은 집행이사 25명의 시선을 고정시키기에 충분했다.
감동의 마무리는 파격 제안이었다. 유치위원회는 집행이사들을 향해 육상대회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단과 임원에게 대회 시작 3주 전부터 종료 후 3일까지 일체의 숙박비용을 제공하고 훈련장 무료이용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구 세계육상을 취재하는 각국 미디어 관계자에게는 하루 100달러의 경비에 숙식을 제공하겠다는 제의도 곁들였다. 이와 함께 150만달러(약 14억원)를 IAAF의 육상학교 프로그램에 기부하고 한국 육상 발전을 위해 종자돈 300만달러를 투입해 기금을 1,000만달러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또 국내 굴지 대기업의 대회 파트너십 참여약속을 받았다는 사실을 IAAF에 전달하기도 했다. 오로지 정부의 6,000만달러 지원에만 의존하던 모스크바(러시아)는 더 이상 집행이사들의 감동을 이끌어낼 수 없었다. 한 마디로 대구의 완승이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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