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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으로 만난 이산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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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으로 만난 이산가족들

입력
2007.03.27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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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맞구나 맞아. 언니가 맞아.”

27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 화상상봉장.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정삼옥(65ㆍ여)씨는 머리색만 다를 뿐 자신과 꼭 닮은 언니 선옥(75)씨가 화면에 나오자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왈칵 눈물을 쏟았다.

북녘의 조카들은 “어디 크게 한번 불러보세요”라고 정씨를 재촉했지만 그의 마른 입에서는 더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자신을 업어 키운 17세 꽃다웠던 언니가 백발 노파로 변한 모습이 안타까운지 허공을 향해 연신 손만 내저을 뿐이었다.

북녘의 조카 태영(48)씨는 “어머니가 평소 건강이 좋았는데 지난해 8ㆍ15 때 상봉하기로 했다가 북남 (이산가족) 상봉이 (연기되자) 갑자기 쇠약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정씨는 “(언니) 건강이 안 좋아 이 동생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 했다.

“어머니가 오빠를 그렇게 보고 싶어했는데…. 아버지는 중풍 걸리신 몸으로 매일 큰길에 나가 (오빠를) 기다렸어요.” 북녘의 오빠 정원영(75)씨를 만난 네 여동생 천영(69) 순영(66) 석영(64) 서영(61)씨는 오빠 얼굴을 보자마자 그렇게도 부모님 생각에 반가움보다 눈물이 앞섰다.

순영씨는 “오빠를 만나러 오기 전 부모님 산소에 가서 오빠 사진을 보여 드렸다”며 “어머니는 하나 있는 아들 잘 되라고 날마다 물 떠놓고 빌었는데…”라며 흐느꼈다.

오빠 정씨는 “어머니, 이 아들이 지금 살아있습니다”며 목메어 외친 후 “부모님 기일을 알았으니 이제 내가 제사를 지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9개 적십자사에 마련된 상봉장에서는 남북 20가족씩 모두 40가족이 혈육의 정을 나눴다. 비록 얼굴을 부빌 수도, 손을 맞잡을 수도 없는 차가운 화면을 통해서지만 반세기 넘게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는 감격에 상봉장은 이내 울음바다가 됐다.

상봉장을 찾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달래는 사업은 어떤 정치적 이유로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며 “이들을 보면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얼마나 절실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이후 중단됐다 13개월 만에 재개된 제5차 이산가족 화상상봉은 29일까지 계속되며, 남북 총 120가족 765명이 이번 행사를 통해 전쟁 통에 헤어진 가족을 만나게 된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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