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시설에 기업의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명명권' 거래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자체는 새로운 재정수입원으로, 기업은 매력적인 홍보수단으로 명명권 사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절연체 제조업체인 니혼가이시는 이 달 15일 나고야 시청으로부터 복합시설인 '시종합체육관'의 명명권을 획득했다. 사용기간은 5년으로, 매년 1억 2,000만엔을 지불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적인 스타인 에릭 크랩튼과 스티비 원더 등의 공연이 펼쳐졌던 '레인보우 홀'이 들어있는 이 시설은 오랫동안 젊은이들의 명소로 크게 사랑받아 왔다.
니혼가이시는 4월 1일부터 '레인보우 홀'을 '니혼가이시 홀'로, '시종합체육관'은 '니혼가이시 스포츠플라자'로 바꾸는 등 명명권을 실행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한편, 젊은이들에게 회사명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도쿠시마현도 19일 현의 나루토종합운동공원의 명명권을 약품회사인 오쓰카제약에 팔았다. 5년 사용에 7억2,500만엔을 받는 조건. 5월부터 공원 전체 이름을 '나루토ㆍ오쓰카 스포츠파크'로 바꿀 예정이다. 이 회사는 야구장 등 공원 내 4개 시설에 대한 명명권도 확보했다.
이밖에 도쿄전력이 니가타현으로부터 '니가타 스타디움'의 명명권을 인수하는 등 지자체와 기업간에 명명권을 거래ㆍ실행하는 사례는 올해 들어서만 12건에 이르고 있다.
공공시설의 명명권 거래사업은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다.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자 안정된 수익의 확보가 필요해진 공공시설과 짧은 시간 내에 인지도를 높이고 싶은 신흥 기업의 이해가 맞물려 새로운 비즈니스로 탄생했다.
일본에서는 조미료업체인 아지노모토가 2003년 도쿄도 초후시로부터 도쿄스타디움의 명명권을 12억엔(5년 사용)에 사들이면서 본격화했다. 아지노모토측은 프로축구 J리그의 경기 등 연간 약 150차례의 스포츠이벤트와 공연이 개최되는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을 이용해 대성공을 거뒀다.
'아지노모토'라는 이름이 교통표지판이나 지도에 게재되고, 언론 등에도 간접 노출되는 등 부수적인 효과도 컸다. 광고회사인 덴쓰의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이 신문과 잡지, TV 등에 노출된 부분을 광고비로 환산하면 연간 66억엔에 이르렀다.
공공건물의 지나친 상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명명권 거래 사업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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