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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룬 대구… '뜬눈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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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룬 대구… '뜬눈 축제'

입력
2007.03.27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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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 세계 육상의 높은 벽을 한달음에 뛰어 넘었다.

27일 오후 9시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케냐 몸바사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 (IAAF) 집행이사회에서 대구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로 결정됐다는 낭보가 남쪽 전광판으로 전해지는 순간, 시민 2,000여명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아들을 데리고 응원 나온 장영숙(38ㆍ여ㆍ수성구 범어동)씨는 “러시아 모스크바가 막판에 정부와 대기업 후원 등 물량공세를 폈는데도 불구하고 대구로 결정돼 세계적 스포츠도시로서 이름을 날리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2003년 8월말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때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권유로 시작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활동이 이날 3년7개월간 우여곡절 끝에 결실을 맺으면서 시민들의 입가에는 모처럼 환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개최지 결정 3시간 전인 오후 6시부터 속속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으로 몰려든 시민들은 목이 터져라 “대구 개최”를 외쳤다. 농악단의 고산농악 시범과 파도타기 등 응원전이 이어졌고 대구시청 마라톤클럽 회원 100여명은 대회 유치 홍보 깃발을 들고 도심을 달렸다.

개최지 결정 후에도 열기는 밤새 대구를 달궜다. 록밴드와 응원단의 공연이 밤늦도록 도심에 울려 퍼졌고 오랜만에 “대∼한민국”이라는 함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회사원 윤기성(48ㆍ남구 봉덕동)씨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세계육상대회가 열리게 된다니 대구도 이제 뭔가 달라질 모양”이라며 “스포츠도 중요하지만 침체된 대구경제에도 많은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의 브랜드도 한껏 높아지게 됐다. 최근 수년간 지하철 참사와 서문시장 화재 등 잦은 사고로 한껏 움츠러들었던 대구 시민들은 이날 개최지 선정을 계기로 달라졌다. 실제 2005년 6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유치위원회가 정식으로 창립된 후 “달리기와는 전혀 인연도 없는 대구에서 무슨 육상대회냐” “헛고생 하지 마라”는 비난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개최지 결정이 코앞에 닥치면서 시민들의 생각은 180도 달라졌다. IAAF도 한때 대구의 육상 열기를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봤지만 시민 80만여명이 경기장을 직접 찾겠다는 내용의 ‘경기참관’에 서명하면서 IAAF 집행위원들을 감동시켰다.

또 지난달 말 IAAF의 대구월드컵경기장 실사 때 거리로 쏟아져 나온 환영인파는 대구가 스포츠 인프라 뿐만 아니라 경기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더욱이 유치위원회 유종하 위원장은 ‘2007년 일본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을 연계, 대구 개최를 통한 ‘아시아 육상 붐 조성’을 내세워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대구시민들의 유치 열기는 청와대도 움직였다.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올인하던 정부가 갑자기 대구를 지지하기에 이르렀다. 노무현 대통령은 16일 대구월드컵경기장을 방문, ‘평창 수준의 지원’을 약속하면서 열기를 고조시켰다.

몸바사 현지에서 유치운동을 벌인 김범일 대구시장은 “기존의 체육시설을 활용해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역대 최고수준의 대회로 운영하고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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