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보다, 캐주얼 차림을 좋아하는 CEO. 국내 최대 통신기업의 수장이지만, 수행비서 없이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언뜻 보면 CEO 보다는 평범한 샐러리맨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남중수 KT 사장(사진). 그는 25년 동안 통신분야에서만 한 우물을 판 전형적인 ‘통신맨’으로 통한다. 남 사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에 대해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최근 남 사장이 KT의 비전으로 제시한 ‘고객가치혁신’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 것이다.
남 사장만이 가지고 있는 CEO로서의 철학은 약간 독특하다. CEO란 보고, 듣고,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남 사장은 2003년 KTF에서 CEO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항상 현장을 둘러보고 직원들과 고객의 의견을 청취, 그들의 의견을 경영활동에 반영해왔다. KT로 옮긴 이후에도, 남 사장의 이 같은 지론은 변함이 없다. 2005년 KT의 CEO로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100여개의 현장에서 1만5,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 역시 현장경영의 일환이다.
그는 특히,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CEO라는 지론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임직원들과 함께한 단합대회에서는 직접 ‘칵테일 쇼’를 보여주며 웃음을 선사하는가 하면, 신입 사원들과의 모임에서는 색스폰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행복이 곧 회사의 행복이고, 그것이 곧 실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때문이다.
하지만, 남 사장의 진면목은 업무에 임할 때 비로소 발휘되는 강력한 승부사 기질에서 확인할 수 있다. KT 전신인 한국통신의 민영화 추진이 난관에 봉착했던 시절. 직원들이 포기상태에 이르자, 민영화 추진단을 이끌고 있는 모 팀장에게 보낸 이메일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일희일비하지 말라. 순리라는 것이 있다. 지금은 어렵더라도 우리가 하는 일은 옳은 일이므로, 뜻을 꺾지 않으면 반드시 이뤄진다. 성공한 후에 부둥켜 안고 춤을 추자.” 그는 결국, 10년 넘게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던 한국통신의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주역으로 평가 받고 있다.
허재경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