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인권센터를 비롯한 37개 인권단체들의 모임인 '인권단체연석회의'는 25일 경찰의 폭력ㆍ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뜻으로 4월 한 달간 신고 없이 집회 및 시위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권단체가 현행법을 어겨가면서까지 한시적인 투쟁을 강행하겠다는 명분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집회가 신고제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주요 집회를 불허하는 등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폭력 진압도 여전해 인권침해 정도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인권단체가 내놓은 불복종 운동에는 선뜻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경찰이 올해 들어 집회를 불허한 사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신청한 집회가 유일하다.
이 단체가 집회 과정에서 도심 진출을 시도하며 화염병을 던지는 등 경찰과의 당초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범국본은 집회가 금지된 미 대사관 앞까지 진출해 시위를 했다. 인권단체가 제기한 경찰의 폭력ㆍ과잉 진압 문제도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접 감시체제를 갖춘 이후 상당부분 개선됐다.
인권단체가 말하는 '인권'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벌인다는 불법시위가 또 다른 선량한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무어라 말할 것인가.
인권단체들은 "제도적 민주주의가 상당부분 이뤄진 상황에서 집시법을 개정하기 위해 불법 행위를 하는 것은 더 이상 정당성을 찾기 힘들다"는 헌법학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악법도 법이다'라고 강요 하는 것이 아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폭압적인 시위 대응이 많이 유연해진 만큼, 인권단체들의 시위방식도 좀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사회부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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