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이 붐비고 있다. 제2의 ‘수영 천재’를 꿈꾸는 아이들과 몸짱을 원하는 어른들이 수영장으로 몰린다. 동양 최초로 수영 자유형400m 세계 정상에 우뚝 선 박태환(18ㆍ경기고3) 신드롬 영향이다. 26일 전국 수영장에는 등록 문의가 이어졌다. 건강을 위해 수영을 배우는 학생과 성인들의 물살을 가르는 몸놀림에도 기운이 넘쳐 났다.
●나도 수영 챔피언 될래요
금빛 낭보가 울린 지 하루만인 이날 오후3시, 서울 종로구민회관 수영장은 주니어 특별반 어린이 13명들이 서로 “저요 저요”라고 외치는 함성이 가득했다. 유아반에서 2년간 수영실력을 익히고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리틀 마린 보이’들은 “박태환을 아느냐”는 질문에 저마다 “TV에서 봤어요” “1등이요” “너무 멋져요”라고 대답했다.
김태규(8ㆍ동신초)군은 “수영하다 보면 팔다리가 너무 아픈데, 태환이형처럼 튼튼해지려면 꾹 참아 야죠”라고 말했다. 수영하는 모습이 동화책에서 보던 날쌘 물개 같다고도 했다.
10년 경력의 수영강사 신민호(33)씨는 "지난해 12월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수영열풍이 시작됐다"며 “특히 어린 시절의 박태환처럼 몸이 약한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학부모들이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박지예(8ㆍ창신초)양의 어머니 윤난현(41)씨는 “2.3㎏의 미숙아였던 딸이 허약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또래보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부쩍 늘었다”며 “일단 건강해진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발에 힘이 들어갑니다
어른들의 어깨도 으쓱댄다. 수영장에 등록만 하고 가끔씩 얼굴을 내밀던 회원들이 몰려 나오고, 등록 문의도 줄을 이었다. 김모(45ㆍ광주 북구 운암동)씨는 오전 6시 수영장에 들어서다 깜짝 놀랐다. 평소보다 20~30%나 많은 사람들이 수영장을 가득 메웠다. 5개 레인 전체가 회원들로 북적댔고, 새벽부터 4명이 새로 등록했다. 김씨는 “평소에는 빼먹는 사람이 많아 여유가 있었는데 오늘은 앞 사람과 부딪칠 정도”라고 말했다.
수영 동호인들도 삼삼오오 박태환의 쾌거를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광주 현대백화점 스포츠센터 곽창옥(46) 대표는 “박태환의 세계 제패가 수영 붐의 기폭제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중고생 자녀의 스트레스 해소나 체력단련을 위해 무슨 운동을 권할까 고민해온 학부모들도 “저거다!”하며 무릎을 치는 모습이다. 주부 권경애(42)씨는 “중1 맏아들에게 ‘박태환의 물개 같은 몸매’라는 기사를 보여주면서 배우라고 독려중”이라고 했다.
●아시아도 환호
25일 박태환의 경기를 일본에 독점 생중계한 아사히TV 아나운서는 “400m 자유형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메달권에 들었다. 그것도 금메달”이라고 목청껏 외쳤다.
일본과 중국 등의 팬들도 “체력의 열세를 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 평영이나 접영이 아닌 자유형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건 대단한 일”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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