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직위제를 도입토록 돼 있는 46개 정부 부처 및 기관 중 민간인을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곳이 15개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개방형 직위를 모두 민간인으로 채운 정부기관은 세 곳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도입 8년째를 맞은 개방형 직위제가 정부 내 ‘우리끼리’장벽에 막혀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개방형 직위제는 정부 직책을 민간인에게도 개방하는 제도로, 민간인과 공무원의 공개 경쟁을 통해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목적에서 1999년 5월 도입됐으며 참여정부 들어 대상 기관이 확대됐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효율적인 정책 수립을 위해 외부 적격자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고위공무원단(옛 1~3급)이 적용 대상이다.
국회 행자위 소속의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이 26일 중앙인사위원회로부터 제출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말 현재 46개 기관의 210개 개방형 직위 가운데 민간인이 임용된 경우는 63개(30%)에 머문 반면 104개(49.5%)를 공무원이 차지했다. 나머지 43개(20.5%)는 공석이었다.
법제처, 국정홍보처, 검찰청, 경찰청, 비상기획위, 민주평통 등 15개 기관은 전혀 민간인을 채용하지 않았다.
외교통상부와 행정자치부는 각각 개방형 직위 10개를 지정 받았으나 민간인을 1명씩 임용하는 데 그쳤다. 보건복지부는 개방형 직위 15개 중 3개, 교육인적자원부는 9개 중 2개, 국무조정실과 환경부는 각각 7개 중 1개만을 민간인에게 내줬다.
개방형 직위를 민간인으로만 임용한 곳은 국가인권위, 여성가족부, 중앙인사위 등이었다. 하지만 이들 기관에 지정된 개방형 직위는 각각 1개였다.
이에 대해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개방형 직위제의 목적은 무조건 공직에 민간인을 앉히자는 게 아니라 공개 경쟁을 거쳐 가장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 있기 때문에 민간인 임용 비율을 기준으로 개방형 직위제의 성패를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인 임용 비율로 판단하더라도 도입 초기인 국민의 정부에 비해 그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기관의 한 인사는 “고위직에 오래 근무한 공무원이 인사 적체 해소 차원에서 개방형 직위를 미리 약속 받고 그만둔 뒤 다시 민간인 신분으로 들어온 사례가 있다”며 “민간인과의 경쟁을 통해 ‘공무원 순혈주의’, ‘철밥통’을 깨겠다는 것은 허울 좋은 구호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민간인 임용 비율이 저조한 원인으로 공무원 사회의 폐쇄적인 문화, 해당 부처의 의지 부족, 개방형 직위 계약기간 만료 후 불안한 신분 등을 꼽았다.
안 의원은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무려 15개 기관이 민간인을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기강해이”라며 시정조치와 제도적 보완을 주문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