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콩쿠르에 얽매이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요. 저도 그렇게 안되는걸요.”
2005년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상(3위)한 피아니스트 임동민(27)의 솔직한 얘기다. 미국 메네스 음대 전문연주자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는 그는 통영국제음악제 참가를 위해 1년 만에 한국에 왔다.
임동민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콩쿠르 없이 경력을 쌓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미국에서 활동하기 위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출전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2005년 양희원이 은상을 받았던 미국 콩쿠르로, 연주 기회를 많이 주기로 유명하다. 쇼팽 콩쿠르에서 공동 3위를 했던 동생 임동혁(23)도 6월 열리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출전한다.
임동민은 러시아 모스크바 음악원과 독일 하노버 음대를 거쳐 6개월 전 미국으로 옮겨갔다. 동생과 처음으로 떨어져서 혼자 지내고 있는 그는 “동생과 늘 함께 해오면서 음악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이제는 동생과 떼놓고 이야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차분하고 나지막하던 목소리가 이 이야기를 할 때는 높아졌다.
‘동동 브라더스’라는 별명이 어떠냐는 질문에도 단호하게 “싫다”고 답했다. 그간 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그는 ‘임동혁의 형’이 아닌, 피아니스트 임동민으로서 홀로 서기 위해 애쓰고 있는 듯 했다. 임동혁도 올 가을 독일에서 뉴욕으로 건너가지만 같은 아파트의 다른 층에 집을 마련했고 학교도 줄리어드 음대로 간다.
국내 공연 횟수가 많지 않았던 임동민은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나를 너무 많이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면서 “나만의 색깔을 찾는 게 숙제다. 차분히 레퍼토리를 늘려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24일 임동민의 독주회는 음악제에서 가장 먼저 매진된 공연답게 성황을 이뤘고, 여성 팬들의 환호성과 카메라 세례는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보였던 임동민은 쇼팽 스케르초 중 2번을 건너뛰어 청중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날 남긴 아쉬움은 비슷한 레퍼토리를 선보일 다음 독주회(5월2일 충무아트홀)에서 만회해야 할 것 같다.
통영=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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