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지난해 2월 정부가 협상 개시를 선언하며 제시했던 주요 기대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자동차ㆍ섬유 관세가 완전 철폐되고 주요 서비스 분야가 모두 개방되는 것을 전제로 대미 수출 12~17% 증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99% 증가, 서비스업 일자리 7만8,000개 창출 등의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연한 일로 여겼던 자동차ㆍ섬유 분야의 관세 철폐는 미국의 강경한 입장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또 미국이 우리 서비스업 분야의 적극 개방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한국 입장은 더욱 난감해졌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방이 목적인지, 관련 산업보호를 위해 지키는 것이 목적인지 어정쩡한 상태가 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한국이 한미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우려감이 들 수 밖에 없다.
지난해 2월 한미FTA 협상 개시에 맞춰 진행된 공청회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이 주축이 돼 발표한 한미FTA의 효과는 주로 상품ㆍ서비스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대미 경쟁력이 취약한 정밀화학 및 정밀기계, 농산물 등의 피해를 상쇄할 반대급부로 정부측이 적극 내세운 분야가 자동차ㆍ섬유ㆍ전자제품 수출 증대,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였다.
자동차는 관세(한국 8%, 미국2.5%)가 철폐될 경우 수출은 늘고 수입 증가 효과는 크지 않은 대표적 수혜업종이 될 것으로 전망됐고, 섬유 제품은 5% 이상의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이 1,031개, 10% 이상 적용되는 품목이 546개나 돼 역시 관세가 철폐되면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예측됐다.
또 서비스 분야는 단기적으론 건설, 숙박ㆍ음식, 교육, 의료 부문을 중심으로 5만개, 장기적으론 통신, 방송, 금융, 사회보장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7만8,000개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들은 현재 진행 중인 협상 상황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 세제와 기술표준 개정, 한국 자동차 관세의 우선철폐만 주장하면서 자신들은 자동차 관세를 얼마나 내릴 지 양허(개방)안 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끝까지 패를 감춘 채 막판 ‘벼랑끝 작전’으로 자동차 분야에서 최대한 얻어내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섬유 분야도 미국이 개방할 섬유 품목을 계속 축소해 제시하는 바람에 한국측이 개방목록 재작성을 수차례나 요구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현 상태로는 미국 자동차의 즉각적인 관세 철폐나 섬유 전 품목 관세 철폐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비스 분야는 미국이 직접적인 국내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교육이나 의료 분야의 개방은 요구하지도 않았고, 방송ㆍ통신ㆍ금융 등 주요분야는 한국측이 민감 사안으로 분류해 개방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서비스 분야 일자리 창출 규모를 발표할 때 개방될 것으로 보았던 분야들은 실제 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고용 창출 효과는 결국 신기루가 돼버릴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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