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세 / 세주문화만화적 상상력의 무한한 힘 보여줘
25년 전 1982년 3월 27일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이날 개막전 MBC청룡과 삼성라이온스의 경기 연장 10회말, 2사 만루에서 MBC 타자 이종도가 삼성 비운의 투수 이선희의 공을 역전 만루홈런으로 쳐낸 장면은 스포츠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키며 국민들을 열광에 빠뜨렸다.
그 열광은 전두환 군사정권의 3S 정책에 따른 우민화의 결과라고 맹렬히 비판받기도 했지만, 25년이 지난 지금은 스포츠와 섹스와 스크린이 구분할 수조차 없이 어울리며 세계화니 문화산업이니 하는 이름 아래 칭송받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 안 들 수 없다.
이현세(51)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은 그 해 발표됐다. 야구단에서 쫓겨난 선수, 혼혈아, 외팔이 코치 등 요즘 세태 용어로 ‘퇴출 1순위’들이 모여 무인도에서 2년의 지옥훈련 끝에 프로야구사상 무패의 최강팀으로 거듭난다는 감동의 스토리다. 공포의>
까치머리 오혜성과 여주인공 엄지, 냉혈한 마동탁의 삼각관계가 비극적인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 혜성이 엄지에게 한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란 말은 시대의 유행어가 됐다.
이 만화는 혁명적이었다. 코흘리개들이나 찾던 만화방에 어른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을 빚어냈다. 무엇보다 이후에는 “만화 보지 말고 공부나 해라”는 잔소리를 함부로 할 수 없는 시대를 열었다.
<공포의 외인구단> 은 영화와 가요로도 만들어져 빅히트를 했고, 만화적 상상력이야말로 21세기 문화를 이끌어가는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진작에 보여준 것이다. 공포의>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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