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가 지난해 10월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과 함께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당국자와 만나 남북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26일 확인돼 남북 정상회담에 관한 합의가 있었는지 주목된다.
안씨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0월 26일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출신인 권오홍씨의 소개로 베이징에서 북한의 리호남 참사와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안씨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남북간 공식 대화라인이 끊긴 상황에서 북측에서 대통령과 직접 통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나를 지목해 만나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북한이 위기 상황을 풀기 위해 정상회담 등 중대제안을 할 줄 알고 나갔는데 쌀ㆍ비료 지원 재개 등을 요구해 대화가 30분만에 끊겼다”고 말했다. 안씨는 “리 참사에게 정상회담 논의라면 응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며 “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안씨는 이어 “베이징에 다녀오기 전후 상황을 이호철 대통령 국정상황실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해 노 대통령과 당시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접촉사실을 보고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안씨는 그러나 통일부의 북한 인사 접촉승인을 얻지 않아 남북교류협력법 9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안씨는 “11월에는 북측에서 평양으로 와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이미 신뢰가 깨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거절했다”며 “이후 이화영 의원이 북한의 공식 요청을 받고 평양을 다녀왔으며,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이 성사된 경위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오홍씨는 이날 발매된 ‘주간동아’에 공개한 비망록에서 “안씨가 리 참사와 만난 자리에서 ‘특사 교환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의향이 있다. 공식라인을 살려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리 참사는 이에 대해 ‘확정 회담이라는 과정을 한번 더 거쳐 특사와 정상회담을 진행하자’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그러나 안씨가 돌연 이해찬 전 총리가 특사로 평양에 들어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이화영 의원이 대신 평양을 방문해 확정회담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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