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6일 백악관에서 릭 왜고너 GM 회장 등 미국의 ‘빅3’ 자동차 메이커의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한다. 지난해 11월 회동한지 불과 4개월 만이다.
이번 회동은 표면적으론 석유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부시 대통령의 ‘에너지 플랜’ 실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론 에탄올 등 대체연료 차량의 개발 및 유통, 연비개선을 위한 하이브리드카 생산 촉진 방안 등을 논의함으로써 위기에 빠진 미국 자동차 산업의 돌파구를 본격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그 동안 미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해 전통의 포드 자동차가 시장점유율에서 일본 도요타에 밀리며, 세계 자동차 메이커 2위 자리를 내줬을 때도 “미국업계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자동차를 생산해야 한다”며 오히려 비판의 채찍을 휘둘렀다. 당연히 디트로이트 등 자동차 생산지역의 반발을 샀다.
불편했던 백악관과 미국 자동차업계가 머리를 맞대기 시작한 건 부시 대통령이 이른바 ‘10년 내 20(20 in 10)’ 계획을 내놓으면서부터. 2기 부시 행정부 출범 때부터 지속된 ‘에너지 플랜’의 하나로 의회에 제출된 이 계획은 자동차 주요 연료인 미국 내 가솔린 소비를 10년 후인 2017년까지 지금보다 20%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를 위해 올해 국정연설에서 미국 자동차 메이커의 연비 기준을 매년 4%씩 높여 연간 85억갤런의 가솔린 사용을 줄이고 에탄올 등 대체연료 개발 및 활용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의 방침은 결국 위기돌파를 위해 에너지 절감형 차세대 자동차 개발이 절실했던 업계의 이해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차세대 자동차 개발에 관한 백악관과 업계의 공감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방법론은 다소 차이가 있다. ‘빅3’ 등 미국 자동차 업계는 하이브리드카 등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소요되는 연비개선 방식 보다는 기존에 추진해온 대체연료 차량에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입장이다.
빅3 CEO들은 이와 관련, 2012년까지 대체연료 차량 생산량을 전체 자동차 생산의 절반까지 높일 수 있다며 에탄올 85%와 휘발유 15%를 혼합한 ‘E-85’ 대체연료의 충분한 생산 및 유통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최근 브라질과 바이오에탄올 생산 및 공급확대를 골자로 한 ‘에탄올 동맹’을 추진한 데에는 업계의 이 같은 요구도 작용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연비개선 작업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량연비 기준 강화 방안은 ‘10년 내 20’계획의 중심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하이브리드카에 쓰이는 전지개발 등을 위해 향후 5년간 5억달러의 연구개발비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회동 후 백악관에서 GM의 시보레 임팔라 등 ‘빅3’의 대체연료 차량의 성능을 직접 점검할 계획이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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