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에서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다자간 안보체제 구축이 가능할 것인가? 최근 6자회담의 활동반경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전통적 양자 외교만으로는 동북아시아의 복잡성을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적 제약을 이유로, 상호 인식의 공감대를 마련해 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이 발 벗고 나섰다.
● 6자회담 활동반경 넓히기
6자회담의 실무그룹 중 하나인 동북아 평화안보협력체 회의에서 역내 국가간 합동 해상수색, 구조훈련 등을 제안한 것이다. 사실 핵문제 하나에만 초점을 맞춰 왔던 6자회담 기능과 의제의 확대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러다가 가장 어려웠던 북한 핵문제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자, 다자적 안보 메커니즘의 필요성을 느껴 머리를 맞대고 쉬운 문제부터 풀어가자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최근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기자연맹 총회에서 6자회담이 북핵문제 해결 이후에도 동북아시아의 평화안보협력을 위한 다자간 협의체로 발전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북아에서 항구적인 다자안보협력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을 자극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오랫동안 '아시아의 환자'로 인식되어 온 중국 때문에 동북아에서의 안보위기 지수가 점차 완만한 상승곡선을 이을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그러면 새로운 6자회담의 틀은 성공리에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성공적인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가 만들어지기에는 여러 제약이 놓여있다. 우선 6자회담이 동북아지역 안보협의체가 되기 위해서는, '신(新) 6자회담 차량'에 탑승할 역내 개별 국가들간 최종 목적지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나, 현재로서는 그것이 어렵다.
둘째 승객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운전자 마음대로 이끌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승객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물어볼 권리가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양자관계를 해치는 다자주의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특히 다자주의를 보완 장치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더 강해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다.
셋째 일본 승객의 과거 침략에 대한 반성문도 받지 않고 동행을 허락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을 승객이 분명히 있다. 게다가 일본은 반성문 제출은 고사하고 오히려 더 큰소리로 자신의 죄과 없음을 떠들고 있다. 이 경우 동행은 불편해 질 수 밖에 없다.
● 최종 목적지부터 정해야
넷째 북한이 '책임 있는 승객'으로 탑승하고서 말썽을 부리지 않을 것인지, 나머지 승객들의 확신이 서 있지 않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보증을 한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우려가 해결되지 않고서 느슨한 형태의 협의체, 또는 기구로 진행된다면 APEC,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과 같이 정상들이 만나 사진만 찍고 형식적인 합의문만 작성하는 문자 그대로 '나토'(No Action, Talk Only: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고 말만 하는 것)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병철 평화협력원 정책실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