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잠깐 파주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요사이 파주에 가보신 적들이 있으신가? 가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파주는 지금 공사중이다. 어딜 가도 굴삭기와 트럭들이 진을 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 파주엔 거대한 출판 단지가 들어섰고, LCD공장이 들어섰고, 예술인 마을이 들어섰고, 아파트촌이 들어섰고, 영어마을이 들어섰다. 그리고도 지금, 무언가를 계속 깎고 닦고 만들고 있다.
외지인의 눈으로야, 녹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쉬운 일일 터이지만, 현지인의 심정은 그와 반대되는 것은 뻔한 이치일 터. 문제는 그런 개발이 아니라, 그런 개발 위에 덧씌워진 파주시의 캐치프레이즈이다. '변화와 경쟁의 파주'. 이것이 파주시가 자랑스럽게 이곳 저곳에 붙여놓은 캐치프레이즈이다.
변화는 이해하겠으나, 경쟁은 잘 모르겠다. 시민을 경쟁의 장으로 내몰겠다는 뜻인지, 다른 도시와 무한경쟁을 하겠다는 것인지, 애매하기만 한 문구이다. 그런 애매한 문구 아래 서 있는 중장비들은, 그 풍경은, 좀 섬뜩하다.
죽을 때까지 경쟁만 하다가 스러지라는, 중장비와 같은 운명이 되라는 전언인 것만 같아, 어깨를 비석처럼 딱딱하게 만든다. 경쟁이란 단어가 주는 그 쨍쨍거림은, 어쩔 수 없이 늘 쇳소리를 연상시킨다. 그 아래로, 시민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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