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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生의 등 뒤에선 日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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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生의 등 뒤에선 日연극

입력
2007.03.2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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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세편의 연극이 한일 문화교류의 흐름 속에서 무대에 올라갔다. 아시아연극연출가 워크숍 <뼈의 노래> (설치극장 정미소)와 한일 실험극의 만남을 표방한 <햄릿머신> (노원문화예술회관)은 이제 막을 내렸고, <에에자나이카> 는 아직도 대학로에서 공연 중이다.

히가시 겐지 작, 연출 <뼈의 노래> 는 일본 전통과 서구화한 현대의 충돌을 다루면서 ‘풍습이여, 다시!’를 감상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애증으로 뒤틀린 부녀관계를 매력적으로 구축해냈다.

연출가 마카베 시게오가 이끄는 극단 OM-2는 하이너 뮐러의 해체적 텍스트 <햄릿머신> 을 다시 해체했다. 폭력에 더한 폭력으로 저항하는 몸을 그린 이 연극은 자본주의의 어지러운 속도감을 경륜선수의 질주에 빗대 고발하고, 세계의 부패상을 직접적인 파괴와 폭력으로 정화하고자 한다.

2005년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해 제작된 극단 1980의 <에에자나이카> 는 밀양 연극촌을 거쳐 서울로 북상한 연극으로, 아르코대극장에서 관객을 맞고 있다. ‘야비, 외설, 추잡, 난잡, 노골, 온갖 볼거리들이 혼재하는 흥행장’을 무대 위에 떠들썩하게 창조해냈다. 재일동포 출신 연극인 김수진의 역동적 연출은 일본의 근대사와 민중문화를 이해하는 문지방이 되어주었다.

‘미친 듯 돌아가는 에도 시대, 그 마지막 일년’을 설정하고, 1866년의 ‘에에자나이카’(좋지 아니한가) 운동을 소재로 삼았다. 민중 봉기의 구호가 된 ‘에에자나이카’에는 현실의 압제를 반어적으로 조롱하면서 한편으로는 수용하고 초극하고자 하는 민중적 세계관이 담겨져 있다.

막부에 의한 개국파와 존왕양이파가 대립하던 시기 봉건제도의 모순에 눈뜬 농민출신 겐지의 운명을 따라간다. 질펀하고도 원초적인 성애와 생사를 섞은 시공간이 연극적 표현을 얻고, 역사의 발전 속 이름 없는 민초들의 원혼을 달래는 해원 굿으로 상승해 간다. 연극에 담긴 지나친 외잡성을 온후하게 다스린 데는, 원일의 음악과 음악극 집단 바람곶의 연주가 큰 몫을 한다.

그런데 이 세 편 연극에서 모두 감지되는 것은 ‘사의 찬미’의 감각이다. 저곳에 대한 끌림을 감상적 서정 속에서 다룬 <뼈의 노래> , 파괴를 위한 파괴처럼 보이는 <햄릿머신> , 죽음과 색정이 얼크러진 에너지를 방출하는 <에에자나이카> 는 생명을 위한 신명의 문화적 전통을 가진 우리로서는 다소 이물감을 느끼게 한다. 3월 30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극작 평론가 장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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