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출신 늦깍이 철강 근로자가 명장 호칭에 이어 세계 최대 열연공장의 공장장으로 승진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포스코 광양제철소 1열연공장 공장장으로 승진한 임채식(55)씨는 30여년간 열연부에서 외길을 걸어온 베테랑 근로자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1열연공장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임 공장장의 쾌거가 결코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 곳의 지난 해 생산량은 614만5,000톤에 달한다. 전세계 350여개 열연공장 중 최대 생산 규모이다. 포스코 내에서도 주력 생산라인인 이 곳을 고졸출신이 책임을 맡게 된 것도 회사 역사상 처음이다.
전남 곡성 출신인 임 공장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3년간 말단 공무원으로 일하다 군복무를 마치고서야 포스코와 인연을 맺었다. 어려서부터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하던 임 공장장은 제대와 함께 포항제철 직업훈련원을 거쳐 포스코에 입사한 이후 자신이 근무하던 압연분야의 노하우를 터득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일본으로 기술 연수를 다녀온 선배들에게 술 접대를 하면서까지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모르는 분야는 각종 자료를 모아 스스로 기술을 업그레이드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86년 광양제철소로 자리를 옮겨 현장 반장을 맡았고, 2002년에는 대졸 사원들이 배치되던 관리직으로 승진도 했다.
사무실 근무 중에도 현장 감각을 지속시키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살려 품질과 설비를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쏟아냈고, 현장 작업률 세계 신기록(92.4%)을 세우기도 했다. 실제 그는 생산, 품질, 원가 부문에서만 33개의 신기록을 세워 포스코 내에서 '기록의 사나이'으로 통할 정도이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2005년 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임 공장장은 "포스코는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인 만큼 부담이 크다"며 "생산, 품질, 원가면에서 직원 하나 하나가 지식 근로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다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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