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냐 사랑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2008년 미국 대선에 출마하는 민주당의 유력 후보 존 에드워즈(54) 전 상원의원이 미국인들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부인 엘리자베스 에드워즈(57)의 유방암 재발에도 불구하고 대선후보 경선에 계속 참여하기로 한 그의 결정이 미국 내에서 죽음과 결혼관계, 야망과 헌신, 희망과 극기에 관한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2004년 첫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은 엘리자베스는 최근 유방암이 재발돼 뼈까지 암세포가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에드워즈 전 의원이 대선 출마를 포기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들 부부는 23일 에드워즈 전 의원의 고향인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채플힐에 나란히 나타나 경선 참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 직후 많은 미국인들은 죽어가는 배우자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최선인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에드워즈 전 의원을 맹목적인 야망에 사로잡힌 냉혈한으로 보는 일부는 아내의 투병에 정신이 산란한 대통령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에드워즈에 대한 지지지도가 약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들 부부의 투병 의지가 정치판에서는 보기 힘든 감성과 페이소스를 자극해 지지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덴버에 사는 도나 재라밀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며 “남편이 대선에 나섰는데 내가 병에 걸렸다면 나는 그에게 계속 하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에 사는 작가 레이첼 싱어는 “이것은 남성의 기대와 야망에 억압받는 여성의 이미지일 뿐”이라면서 “만약 엘리자베스가 남편의 전적인 보살핌을 원한다고 말하면 그녀는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치전문가들의 손익 계산도 분주했다. 소형 마이크 두 개로 아이오와 코커스(대선 후보자 지명 당원대회)보다 더 극적인 효과를 낸 이들의 기자회견은 일단은 높은 인지도와 동정심을 유발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최종 선거결과에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는 게 워싱턴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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