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인, 하면 떠오르는 친구가 한 명 있다. 고등학교 동창생인 김영삼이라는 친구이다. 이 친구의 고난의 역사는 나름 서글퍼, 그 생각만 하면 마음 한구석이 절로 애틋해질 정도이다.
친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러니까 노태우 대통령 시절, 예비역 육군 대위였던 교련 선생님으로부터 별다른 이유없이 많은 박해를 받아야만 했다.
뭐, 그 이름을 들으면 괜스레 화가 난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 때문이었다. 90년 민자당이 창당되었을 때는, 재야 성향의 한문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박해를 받았다. 역시나 비슷한 이유 때문이었다.
친구는 매번 칠판 앞으로 불려나가 난생처음 보는 한자에 독음을 달아야만 했다. 이후, 90년대 중반까지는 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외환위기가 닥친 이후론, 친구들로부터 극심한 따돌림을 받아야만 했다.
취업이 안된 설움을, 괜스레 그 친구에게 몽땅 다 풀어버린 것이었다. 세월이 흘러, 그래도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아직도 친구는 동명이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 이름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고 한다.
제발 좀 조용히 계셨으면 하는 것이, 친구의 바람이다. 그러나, 친구의 바람은 올해도 그리 쉽게 이뤄지진 않을 것 같다. 바야흐로 선거철의 막이 올랐기 때문이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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