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챈들러 / 북하우스오스터, 하루키의 原型이 고스란히
미국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대표 작가인 레이먼드 챈들러가 1959년 3월 26일 71세로 사망했다.
챈들러 소설의 주인공 필립 말로는 여느 추리소설 주인공처럼 돈을 대가로 사건을 쫓는 사설탐정이다. '돈도, 가족도, 전망도, 아무것도 없는 좀팽이'라는 모욕을 당하며 일당 25달러에 스스로를 판다.
그러나 냉소적이고 비정하지만 감상적 연민의 포로이기도 한 그는 사건 속으로 들어가면서, 계란이 완숙되듯('하드보일드 hard-boiled'의 어원이다) 익어가던 20세기 미국의 사회구조, 그 속의 인간 소외를 냉정하게 관찰하고 비판한다.
챈들러는 이렇게 필립 말로를 통해 추리라는 형식에 냉혹한 리얼리티의 옷을 입힘으로써 '추리소설을 예술작품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작가'로 불린다.
<기나긴 이별> 은 챈들러가 1953년 발표한 대표작. 이 소설을 읽다 보면 현재 미국과 일본의 포스트모던 문학의 대명사인 폴 오스터와 무라카미 하루키, <뉴욕 3부작> 이나 <양을 둘러싼 모험> 같은 그들 소설의 모티프와 문체의 스승이 누구인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양을> 뉴욕> 기나긴>
오스터는 "챈들러는 미국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냈다"고 말했고, 하루키는 "<기나긴 이별> 을 열두 번이나 읽었다"고 고백했다. 기나긴>
올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마틴 스콜세지도 자신의 초기 대표작 '비열한 거리'(1973)를 챈들러가 쓴 한 줄의 문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남자라면 이 비열한 거리를 통과하여 걸어가야 한다. 그 자신은 비열하지도 않고 물들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면서."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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