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전방위로 공격하고, 한국은 막는 데 급급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최종 담판장이 될 양국 통상장관급 회담 테이블에 올려질 협상의 대차대조표는 미국의 일방적인 공세를 반영하고 있다.
10여 개 분야에서 미국은 15가지 이상의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은 9가지 안팎에 불과해 양적으로만 보더라도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 한국이 공세적인 분야는 자동차, 섬유, 존스 액트(Jones Actㆍ미 연안의 승객ㆍ화물 수송을 미국 국적 선박에만 허용하는 제도) 정도다. 나머지는 주로 예외 인정과 같은 방어적인 성격의 요구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미국은 농산물과 쇠고기, 방송ㆍ통신, 지적재산권, 의약품 분야 등 굵직한 사안에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본격적인 주고받기가 이뤄질 최종 회담에서 한국이 얼마나 힘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지 우려되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이미 민감한 농업부문은 다른 분야와 연계 없이 농업 내부에서‘빅딜’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쇠고기 문제의 경우, 40% 관세철폐와 뼈있는 쇠고기의 수입재개와 같은 검역문제를 주고받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광우병 위험 등으로 국민건강을 해칠 수 있는 뼈 수입을 보류하는 대신, 쇠고기 관세를 낮춰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훈 한미FTA 수석대표는 “미 쇠고기는 40% 관세가 부과되어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며 “쇠고기 관세는 큰 문제가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 쇠고기는 어차피 싸기 때문에 관세를 더 철폐해 좀더 싸지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쇠고기 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뼈가 포함된 LA갈비 등의 수출을 위해 검역문제에 더 집착하고 있어, 양국의 입장차가 얼마나 좁혀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돼지고기, 오렌지(감귤), 닭고기, 낙농품, 고추, 마늘, 양파, 인삼, 사과, 포도, 배, 견과류, 보리, 옥수수 등 한국이 골라놓은 개방 제외 품목들의 운명도 낙관하기 어렵다.
미국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이들 민감 품목 중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통스러운 절충을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입장과 달리 미국이 농업 품목과 다른 분야를 연계하는 ‘빅딜’을 제안, 농업의 희생을 압박할 가능성도 크다.
미국이 막판에 들고나온 쌀 개방 문제는 다분히 전략적인 측면이 있어 농업의 다른 품목과 연계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쌀은 존스 액트와 같은 미국의 아킬레스 건과 연계해 양쪽 모두 개방을 유보하는 선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와 섬유도 여러 쟁점들이 남아 있어 다른 사안과 연계되기보다는 내부 ‘딜’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적재산권, 의약품, 방송ㆍ통신, 무역구제 등은 서로 연계 처리돼 ‘빅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요구할 것이 많지 않은 한국으로선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즉, 미국에게 A를 받는 조건으로 B를 내주는 식의 ‘빅딜’이 아니라, A는 내주는 대신 B는 내줄 수 없다는 방어적인 ‘딜’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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