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돌려주지 않으면 소송을 하겠다." "아니, 우리가 모두 갖고 있겠다. 전시할 수 있게 몇 점을 잠시 빌려줄 수는 있다."
무구정광다라니경 등 석가탑 유물(국보 126호)을 놓고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이들 유물은 1966년 불국사 석가탑을 해체 보수할 때 발견되어 불국사가 갖고 있다가 그 중 사리병 한 개가 깨지는 사고가 나자 이듬해 당시 문교부장관 명령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맡아 관리해온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무구정광다라니경과 묵서지 등 종이류 유물은 워낙 귀하고 보존 관리가 까다로운 것이라 잠시도 내보낼 수 없다고 말하지만, 조계종은 "우리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주인이 돌려달라는데 왜 안 돌려주냐"고 항의한다.
중요한 건 유물이 어디에 있어야 가장 안전할 것이냐이다. 상식으로 판단해 보자. 우리나라에서 유물 관리 능력이 가장 뛰어난 곳은 말할 것도 없이 국립중앙박물관이다.
특히 무구정광다라니경은 1000년이 넘은 종이이다 보니 그동안 딱 한 번, 2005년 용산의 새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특별전에 2주 동안만 전시했을 만큼 극도로 민감한 유물이다. 불교중앙박물관은 이걸 돌려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된 것일까.
불교중앙박물관의 보존과학 전문가는 1명, 석사 학위를 가졌지만 유물을 실제로 다뤄 본 경험은 적다고 한다. 불교중앙박물관이 못미덥다는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다. 어디가 더 낫겠는지 따져보자는 거다.
조계종은 유물 일체를 꼭 가져와야겠다고 한다. "우리 물건이니 우리 집에 갖다 놓겠다"는 거다. 모 아니면 도, 다 돌려주지 않으면 소송을 하겠다고 한다. 무소유를 실천한다는 스님들이 왜 이리 강경할까. 유물에게 물어보고 싶다, 어느 집에 있고 싶냐고.
오미환 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