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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존 리드 평전… 미국인 기자, 붉은 광장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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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존 리드 평전… 미국인 기자, 붉은 광장에 잠들다

입력
2007.03.2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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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로젠스톤 지음ㆍ정병선 옮김 / 아고라 발행ㆍ704쪽ㆍ1만9,000원

존 리드(1887~1920)의 33년 생애, 그 중 사회에 첫 발을 디딘 1911년부터 이른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은 열정으로 충일하다. 이 열 해를 그는 시인이자 소설가로, 분쟁 지역 전문기자로, 견결한 공산주의자로 살아냈다.

그의 러시아 혁명 취재기 <세계를 뒤흔든 열흘> 은 <카탈로니아 찬가> (조지 오웰), <중국의 붉은 별> (에드가 스노우)과 더불어 명(名) 르포르타주로 기억되고 있다. 이 책은 미국 부잣집 천둥벌거숭이가 대의에 헌신하는 비범한 인물로 성장하는 과정을 밀도 있게 추적하고 있다.

부모님의 재력과 헌신으로 어렵잖게 하버드대에 진학했을 당시 리드는 주목받기 좋아하는 낭만주의자였다. 학업은 뒷전인 채 문학잡지 편집, 스포츠 활동 등 가욋일에만 열을 올린 탓에 그는 늘 학교 당국의 ‘요주의 인물’이었다. 어렵사리 졸업 요건을 채우고 몇 달 간 유럽을 유람하며 그는 두 가지 인생목표를 세웠다. 백만장자가 되는 것과 결혼하는 것.

졸업 후 언론계에 몸담은 리드는 미국 반체제 문화 거점이었던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 거주하며 급진주의 성향을 지니게 된다. 여전히 낭만적 기질이 다분했던 그의 생애는 1913년 뉴저지 주 패터슨 지역 노동자 파업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는다. 경찰의 과잉 진압을 취재하다가 구금되면서 그는 단박에 유명인사가 됐고, 내친 김에 패터슨 파업을 풍자한 대규모 야외극을 기획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 해 말부터 이듬해까지 멕시코 혁명을 현지 취재하면서 리드는 현실적 감각을 겸비한 급진주의자로 거듭난다. 반정부 세력의 한 축이었던 판초 비야와 어깨를 겯고 지내는 기자적 수완을 발휘하면서 그는 “대의가 삶보다 더 중요해질 수 있음을 이해했다”.

이어 이탈리아 세르비아 등지에서 1차 대전을 취재한 경험은 그를 반전주의자로 만들었다. 1917년 미국이 참전하자 그는 외롭게 반대 주장을 펼치다가 매체들의 외면으로 실업자 신세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신장병이 악화돼 고통을 받았고, 사랑하는 아내는 바람을 피웠다.

그는 생의 마지막을 혁명에 불살랐다. 러시아로 건너가 볼셰비키의 집권을 목격했고, 그 변혁의 기운을 조국에 퍼뜨리려 애썼다. 그가 스러져 묻힌 곳도 혁명의 땅 소련이었다.

미국 공산주의 노동당 창당 멤버로서 제3인터내셔널 대회에 참석한 리드는 결국 귀국하지 못한 채 모스크바에서 병사했다. 소련을 중심으로 급속히 권위주의화 하던 국제적 혁명의 풍경은 마지막 길을 가는 그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자유를 옥죄는 혁명은 그가 바라던 바가 아니었기에.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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