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성적 하위 5% 직원을 퇴출한다는 새로운 한국은행 인사제도가 아무 실효성이 없는 무늬뿐인 개혁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득권에 안주해온 한은에도 변화가 시작된 게 아니냐고 기대하고 있다가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더라면 이런 배신감은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새 제도에 따르면 매년 두 차례 실시되는 근무평가에서 5년 연속 하위 5%에 포함되면 감봉이나 명령휴직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5년 연속 하위 5%에 포함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설사 그렇더라도 명령휴직은 무조건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급여상 불이익도 성과상여금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이렇게 겹겹이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고 대단한 인사개혁이라도 되는 양 홍보하는 것은 기만이다.
서울시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추진중인 퇴출제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 공무원 퇴출 문제가 크게 부각된 상황에서 이 제도를 슬쩍 흘린 의도도 불순하기 짝이 없다.
물론 '5% 퇴출제'는 한은이 아니라 언론이 일방적으로 붙인 명칭이다. 또 엘리트를 자부하는 한은 직원들에게는 인사 대상 명단에 오른다는 가능성만으로도 큰 자극이 될 수 있다. 무조건적인 퇴출보다 조직에 긴장과 경쟁의 분위기를 불어넣는 것이 인사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연봉 9,000만원의 운전기사 사례가 보여주듯 한국은행은 공공기관 가운데서도 가장 변화에 둔감하고 뒤처진 조직이다. 개혁을 위한 첫 걸음의 보폭이 남들보다 휠씬 커도 모자라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변화는커녕 국민의 눈을 속이며 시늉만 하려고 하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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