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3불(不)정책’ 폐지 논란의 중심에는 본고사 부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금지도 3불 정책에 들어있지만 최대 쟁점은 본고사 부활여부다.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의 입씨름이 가장 치열하기 때문이다.
서울대와 주요 사립대의 “본고사만 부활하더라도 대학 자율권이 상당 부분 보장된다”는 논리에 교육부는 “지금도 주요 대학들은 사실상 본고사 시절에 버금갈 정도로 학생 선발이 자유롭다”고 반박하고 있다.
교육부, “본고사 부활 운운 넌센스”
교육부 관계자는 23일 “주요 대학들이 본고사 폐지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잘라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으로 치르던 대입 전형이 2000학년도 이후부터 워낙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국어 영어 수학 위주의 지필고사만 치르지 않고 있을 뿐 대학들은 촘촘한 전형 요소들을 동원해 원하는 학생들을 뽑고 있다는 뜻이다.
교육부는 특히 논술 등 대학별 고사가 본고사 대체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이 수시와 정시모집에서 높은 난이도의 논술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는 게 교육부가 들이대는 ‘물증’이다.
2005년 5월 일부 대학은 수시1학기 모집에서 단답식의 논술고사를 치러 “본고사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을 받았다. 교육부는 이 사건 이후 그 해 8월 논술고사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했다. 영어 지문을 내거나 단답식 문항을 출제할 경우 ‘본고사’로 규정, 제재하겠다는 의미다.
대학들이 논술을 예전의 본고사만큼 비중을 두는 이유는 현행 대입 전형요소 중 대학측이 우수 학생을 판별하기 위해 대학측이 휘두를 수 있는 유일한 ‘칼’이기 때문이다.
수능은 정부가 관장하고 학교생활기록부(내신)는 고교에 맡겨져 있다. 그러니 대학측은 논술을 통해 학생 선발의 자율성을 보다 확대하려 하려는 경향이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본고사가 없어 우수 학생을 뽑지 못한다는 대학측 주장은 억지”라며 “상위권 학생의 80% 이상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빅3 대학’에 가는 현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본고사 시절에도 상위권 학생들의 이들 대학 진학율은 60%선에 머물렀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대학들은 “본고사는 대세”
하지만 주요 대학들의 생각은 교육부와 완전히 다르다. 대학이 믿을만한 전형 요소가 없어 본고사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A대 입학처장은 “지원하는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해 대학이 문제를 내는 본고사는 논술고사에 비해 훨씬 객관적 데이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행 대입 체제에서 논술이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우수 학생을 가려내기는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논술= 본고사’라는 교육부 인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서울 C대 입학처장은 “기본적으로 대학이 학생을 자율적으로 선발하는 시험도구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게 문제”라며 “매년 원하는 학생을 뽑는 비율이 50%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본고사는 대학별로 실시되다가 1981년 폐지됐다. 교육부는 98년 대입전형기본계획에 금지를 명시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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