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3일)는 세계 기상의 날이었다.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지구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어 이날이 특히 뜻 깊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6년의 세계 평균기온은 1891년 이후 여섯 번째로 높았다. 영국기상청이 '2007년이 세계적으로 가장 더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어, 기온상승이 결코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세계 기상ㆍ기후 전문가들의 전망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100년이면 지구촌이 현재보다 2.0~3.8℃, 강수량은 3%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은 3℃의 상승과 더불어 홍수나 가뭄의 발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기후변화의 경제학'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3℃ 더 올라가면 최대 40억 명이 물 부족에 처하고 기근 피해자는 5억 명이 증가한다. 최대 300만 명이 사망하고 생물의 50%가 멸종의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다. 1ㆍ2차 세계대전이나 대공황 때 보다 더 큰 사회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
기온이 올라가면 왜 물이 부족하게 되는가? 기온이 오르면 수증기가 많아져 물이 더욱 풍부해지지 않을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 부족은 인류가 활용할 수 있는 물, 즉 가용수자원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이다. 가용수자원이 부족은 강수패턴의 변화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1,300㎜ 내외의 비가 여름 한철에 집중되어 내린다. 따뜻하고 습기 많은 북태평양 기단이 이 기간에 발달하여 영향을 미치는 몬순기후에 속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름철 강수패턴이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년 동안 기상청 57개 관측소에서 관측된 강우자료를 보면, 여름철 평균 강수량이 1976~85년에는 661㎜, 1986~95년에는 710㎜, 1996~2005년에는 814㎜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1996년 이후에는 매년 여름철 강수량이 600㎜를 초과하여, 과거에 비해 강수량 자체가 다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강수량이 늘고 있음에도 강수일수는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집중호우 형태의 비가 내릴 확률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하루 강수량 80㎜ 이상의 호우가 내린 날이 1954~63년 동안에는 연평균 1.6일에서 1994~2003년에는 2.3일로 늘어났다는 기상연구소의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21세기 동안 계속되어 강우일수는 더욱 줄어들고 호우일수는 늘어날 것이다. 결국 기온상승은 집중호우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비는 많이 오는데, 가용수자원과 강수일수는 줄어들면서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단적인 이상기상의 도래를 염려하고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여름철 몇 번의 호우로 연중 내릴 강수량의 총량이 내리게 된다면, 그 물을 어떻게 담아두고 활용해야 할 지도 고민해야 한다.
지구촌의 기상이변은 이변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고 있다. 지역단위의 장단기적 기상현상까지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국제적 협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기상관측 기술과 역량을 높여가자. 어떠한 이상기후도 슬기롭게 극복해 갈 수 있도록 물 관리를 더욱 과학화ㆍ효율화 하자.
오재호 부경대 교수, 기상지진기술개발사업단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