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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옥시덴탈리즘 '反서양주의의 뿌리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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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옥시덴탈리즘 '反서양주의의 뿌리 해부'

입력
2007.03.2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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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바루마 등 지음ㆍ송충기 옮김 / 민음사 발행ㆍ188쪽ㆍ1만2,000원

팔레스타인 출신의 문명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는 그의 저서 <오리엔탈리즘> 에서 동양을 바라보는 서구의 시선이 편견으로 가득한 허상이라고 주장했다.

뉴욕 바드대학 교수 이언 바루마와, 예루살렘 헤브루대학 교수 아비샤이 마갤릿은 공저 <옥시덴탈리즘> 에서 그 반대 즉 서양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을 지적하고 그 원천을 규명한다.

동양인은 비합리적이고 불완전하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서양인에 비해 열등하다는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이 동양을 식민지화하면서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관념이다.

옥시덴탈리즘은 반대로 서양을 비인간적인 사악한 세력으로 본다. 천박하고 근본이 없으며 자본주의적 기계 문명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바로 그 옥시덴탈리즘의 원천은 서양이다. 산업화와 도시를 증오한 윌리엄 블레이크와 엘리어트, 사회주의를 주창한 프루동과 엥겔스, 개인의 소외를 경고한 마르크스 등 19세기 인물들에게서 그 뿌리가 발견된다. 옥시덴탈리즘이 급속히 성장한 곳은, 서양을 모델로 근대화를 추진한 일본, 러시아, 독일 등이다. 일본 지식인은 일본 문화는 정신적이고 깊이가 있는 반면 서양 문명은 천박하고 창조성을 파괴한다고 비판했다.

독일은, 유럽 국가이면서도 자국의 정신문화에는 기개가 넘치는 반면, 영국과 프랑스의 문화는 용렬한 상업 문화라고 깎아 내렸다.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러시아의 슬로브 주의자들은, 서양 정신이 공허하고 냉정하다며 비판했다. 그 같은 비판이 지금은 중동의 이슬람문화권에서 특히 강렬하게 나타난다.

책은 정치적ㆍ문화적 제국주의에 대항하고 물질주의적인 서양 정신을 반대하는 옥시덴탈리스트의 비판에 경청할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자유주의 시장에 대한 맹신과, 오늘날 서양을 대표하는 미국의 정책 등에 분명히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독일, 일본 등 옥시덴탈리즘을 주창한 나라가 나치즘, 파시즘에 빠진 역사를 상기하며 옥시덴탈리즘이 정치권력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오리엔탈리즘과 정반대에 있으면서도 상대와 자기를 구별하고 그 상대를 증오한다는 점에서 둘은 닮아 보인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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