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약칭 직지)은 우리 민족이 금속활자 발명국임을 증명해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직지는 국내에 없다. 현존하는 직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한 권이 유일하다. 직지찾기 운동이 수년 째 펼쳐지고 있지만 여전히 직지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이런 직지를 중국에서 찾아 오겠다는 사람이 있다. 직지가 간행된 충북 청주에서 직지문화연구소를 운영하는 정덕형(48)씨. 그는 30명 안팎의 시민들로 ‘직지찾기 탐험대’를 꾸려 7월 중국으로 날아갈 예정이다. 보름에 걸친 중국 탐험은 먼저 자전거 대장정으로 시작한다. 시안(西安)~뤄양(洛陽)까지 약 800㎞를 자전거로 누빌 참이다.
이 지역은 중국 고대문화 중심지로 고서점과 사찰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정 소장은 “직지가 숨어 있을 만한 고서점과 대학도서관, 사찰 등을 이 잡듯 뒤질 생각”이라며 “자전거 행렬로 직지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효과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지가 중국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직지의 저자인 고려 말 고승 백운화상이 중국서 들여온 서적을 토대로 직지를 만든 데다, 자주 중국을 드나든 점으로 미뤄 직지가 중국에 전해졌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3차례에 걸친 중국 현지조사에서 여러 가지 ‘연결고리’를 발견했다. 한 사찰에 ‘직지당’이란 현판이 남아 있는가 하면 청주의 옛 이름 ‘상당’을 지명으로 쓰는 곳도 있음을 확인했다.
그가 중국까지 가서 직지를 찾으려는 이유는 금속활자본 원본이 필요함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후 서울서 출판사에 다니던 그는 10여년 전 일 때문에 청주에 들렀다 우연히 직지를 접하고 곧 바로 고인쇄물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무작정 직지 연구에 뛰어든 그는 어려운 직지 내용을 쉽게 풀어쓴 책자를 발간하고 직지 홍보 사이트도 만들었다. 직지 다큐멘터리, 직지 애니메이션도 제작했다. 직지 윷, 직지 손수건 등 직지를 소재로 한 문화상품도 30여 가지나 선보였다.
직지에 파묻혀 살던 중 2002년 독일 구텐베르그 박물관을 방문한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직지보다 78년이나 늦은 구텐베르그 활자본을 보려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이들은 구텐베르그를 최고(最古)활자본으로 알고 있더군요.”
그는 귀국 직후부터 만사를 제쳐두고 직지 찾는 일에 몰두했다. 고려말 서적과 불서(佛書)는 중국 각 지역의 향토사 등을 모조리 훑었다. 탐험에 나설 사람들을 위한 길라잡이 ‘직지를 찾아라-직지탐험대 중국간다’도 최근 발간했다. 그는 “이번 탐험을 계기로 국내서 직지를 찾는 운동도 다시활기를 띠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지심체요절
고려 말 고승 백운화상이 선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부처와 고승들의 어록을 모아 만든 불서. 정식이름은 '백운화상초록직지심체요절' 그의 제자들이 1377년(고려 우왕 3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했다. 상하 두 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중 하권 1부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됐다.
청주=글ㆍ사진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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