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등급제는 아직도 존재한다.”, “등급제 적용금지 방침을 어기는 대학은 없다.”
3불정책 폐지 논의가 불을 뿜으면서 고교등급제 실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선 고교와 입시전문가들은 고교등급제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는 반면, 교육인적자원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뛴다.
고교등급제란 전국의 고교를 서열화해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주요 사립대학은 지역 및 고교간 학력차이를 인정, 특정 고교 출신 학생에게 전형 때 가산점을 주기도 했다.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은 2005학년도 수시1학기 모집에서 이런 사실이 확인돼 교육부로부터 행ㆍ재정적 제재를 받았다.
문제는 그 이후다. 교육부는 “고교등급제를 적용하는 대학은 단 1곳도 없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100% 믿는 분위기가 아니다.
올해 서울 시내 한 사립대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지방 D고 출신 이모군은 “같은 학원에서 공부했던 친구보다 수능 성적이 앞섰고 내신도 좋았는데 친구만 합격했다”며 “그 친구가 강남 고교 출신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 A학원 관계자도 “고교등급제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힘들다”며 “주요 대학들이 수능과 내신이 비슷한 조건이라면 명문고 출신을 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2008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일부 대학이 재수생에게 적용할 예정인 비교내신제도 변형된 고교등급제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비교내신제는 수능이나 논술성적이 좋으면 학생부 성적도 높은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로, 서울대 연세대 등은 그동안 3수생 이상 등에만 적용해 왔다.
서울 W고 진학담당 김모 교사는 “비교내신제가 도입되면 서울 강남 학군이나 특목고 출신들의 수능과 논술성적이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에 고교등급제에 버금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교내신제 도입 예정인 대학이 극소수인데다, 재수생 합격 비율도 높지 않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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