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이 마카오 BDA은행에 동결된 북한자금의 해제ㆍ송금이 마무리되지 않는 바람에 파행으로 끝났다. 2ㆍ13 합의의 구체적 이행 절차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던 회담이 뜻밖의 장애로 무산됨에 따라 관련국의 잘잘못을 따지는 주장이 분분하다. 그러나 모호한 책임 논란에 매달리기보다는 언제든 걸림돌이 돌출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인내심을 가져야 옳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어느 쪽의 악의에서 비롯됐다기보다 기술적 문제 때문에 생겼다. 당초 불거진 문제는 북미 합의에 따라 베이징 중국은행(BOC)에 개설된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북한자금 2,500만 달러를 송금하는 데 필요한 이체신청서 준비가 지연된 것이다. BDA 동결자금은 수십 개 북한 기업과 개인 계좌에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결정적 장애는 중국은행이 미 재무부가 불법자금으로 규정한 북한예금을 받더라도 거래규제 등의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을 서면 보장하라고 미국 쪽에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한 조치가 늦어지자 북한과 러시아 대표단이 잇따라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경위를 헤아리지 않은 채 북한의 경직된 태도를 비판하면서 2ㆍ13 합의의 앞날까지 비관하는 견해가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로슈코프 러시아 수석대표가 지적했듯, 2ㆍ13 합의 30일 안에 북한자금을 풀어줄 책임은 미국 쪽에 있다. 또 이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핵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북한이 회담 진행을 거부한 것을 무턱대고 나무랄 일은 아니다.
미국이 송금문제 해결을 서두르며 회담 속개를 낙관하는 것은 이런 사리를 좇는 바람직한 자세다. 유독 우리 보수언론만 엇나가는 주장과 섣부른 비관을 쏟아내는 심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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