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22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 탈당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맞댔다. 한나라당이 천막당사 이전 3주년을 맞아 염창동 당사에서 가진 ‘당원 화합 한마당’ 행사에서였다.
천막당사는 2004년 3월 박 전 대표 체제 출범 당시 ‘차떼기’ 등 부패 이미지와 절연하기 위해 여의도공원 인근 부지에 임시로 세운 당사였다. 두 사람은 이어 경기 오산 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경기도당 필승결의 대회에도 나란히 참석해 자신들의 이름을 연호하는 1,000여명의 청중들 앞에서 연설대결을 펼쳤다.
필승결의대회에서 박 전 대표는 “삼세번이라는 말이 있듯 세번째도 정권교체를 하지 못하면 마지막 불씨를 꺼뜨리게 될 것”이라며 “당이 문을 닫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미래도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역설했다.
이 전 시장도 “우리가 올 연말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국민의 마지막 희망이 깨진다”면서 “정권을 못 잡아서 당이 없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소망을 깨는 죄인이 되기 때문에 당이 화합하고 단합해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앞서 열린 천막당사 행사에서 먼저 단상에 오른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은 천막당사와 국민이란 두개의 거울을 보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면서“더 깨끗한 정치로 더 깨끗한 정당으로 나아가 올해 당당하게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시장은 “천막정신을 지키면서 서로 화합하고 단합해서 다가올 대선에서 누구와 맞닥뜨려도 이겨나가고 승리할 힘을 길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비해 원희룡 의원과 고진화 의원은 ‘줄세우기 구태’를 맹렬히 비판하며 양대 대선주자를 겨냥했다.
원 의원은 “의원 배지를 만지작거리며 ‘그래 의원 오래 해야지’라며 모멸감을 주는 사례도 있다”며 “공천을 빌미로 한 줄세우기 경쟁은 당장 그만 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 의원도 “한나라당에 ‘시베리아로 가라’는 등 배제의 논리가 횡행하고 있다”며 “동지를 보듬고 나가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천막당사 연설 모두에 “천막정신을 주도했던 박 전 대표에게 박수 한 번 부탁드린다”며 박 전 대표를 띄웠고, 박 전 대표도 “천막정신이 훼손되고 있다”는 당초 원고 보다 발언수위를 낮추었다. 화합을 주제로 한 행사라는 점이 고려된 듯했다. 그러나 필승대회행사에선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이 원 의원과 고 의원을 사이에 두고 멀찍이 떨어져 앉아 서먹함을 숨기지 못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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