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봄 캐러 가자! 소쿠리 가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봄 캐러 가자! 소쿠리 가득…

입력
2007.03.22 23:35
0 0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 덕일까. 출근길 무심한 눈길에 화단 한구석 해사하게 핀 봄꽃들이 밟힌다. 옹알이라도 하듯 앙증맞은 꽃망울을 터트린 봄, 문 앞까지 다다라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봄에 갑자기 마음은 아지랑이 피듯 둥둥 뜨고 입 안엔 풋풋한 봄 내음이 확 퍼지는 것 같다. 이쯤 되면 두 팔 가득 벌려 봄을 맞는 정도의 센스는 필수겠다. 그래, 이번 주말엔 봄 향기 따러 가는 거야.

멀지 않은 산이라도 아기의 아장걸음만큼이나 귀여운 새싹들이 산과 들로 지천일 때다. 벌써 3월 초순부터 냉이와 달래가 신록의 한 자리를 메우기 위해 싹을 틔웠고 방방곡곡 알싸한 두릅 냄새도 상춘객의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게 한다. 봄맞이 산행을 계획한다면,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물 몇 가지쯤 따다 저녁 식탁을 향기롭게 채울 일이다.

양지 바른 곳이라면 이름대로 동토를 ‘쑥’ 뚫고 나온 보들보들한 봄 쑥이 된장찌개나 쑥버무리 생각을 간절하게 한다. 따끈한 흰 쌀밥에 민들레, 고사리, 돌나물을 얹고 고추장을 넣은 비빔밥이나 곰취, 머위에 싸먹는 삼겹살은 허기를 면하고도 남아 건강을 채운다. 여기에 봄동 겉절이를 곁들인다면 금상첨화겠다.

봄나물은 뛰어난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예방에 좋은 베타카로틴을 비롯해 비타민C와 칼슘 등 영양소들이 말려두고 겨우내 먹었던 나물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풍성하다. 봄나물 특유의 상큼한 향취는 춘곤증에 밀려 저만치 달아났던 입맛을 되살리는 데 제 격이다.

신록이 무르익어 여름으로 넘어가면 나물도 성숙단계를 넘어 상큼하고 보들보들한 맛이 질기고 쓴 맛으로 바뀐다. 갈수록 짧아지는 봄은 ‘지금이 아니면’ 하는 조바심도 일으킨다.

‘모르는 게 약’이라지만 먹거리에 관한한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이 된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나물 채취 산행이라면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봄나물 사진 몇 장 챙겨가자. 겨우내 추위에 지친 몸을 달래줄 명약을 캐는 기쁨은 물론 어린 자녀들에게 우리 산하에 피고 지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알려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봄나물 채취 에티켓, 이것만은 알아두자

▦뿌리를 먹는 냉이, 달래를 제외하고는 뿌리까지 캐지 않는다. 먹을 만큼 잎만 딴다.

▦나물도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다. 숨을 쉴 수 있도록 한 뿌리에서 한두 잎만 얻는다.

▦손톱으로 따야 뿌리를 다치지 않게 한다. 칼이나 호미 같은 도구는 필요 없다.

▦채취 금지구역에서 나물을 뜯는 것은 절대 금물. 과욕이 나들이를 망칠 수 있다.

▦어린 싹은 되도록 밟지 않도록 하고, 나물 이외의 다른 동ㆍ식물도 보호한다.

▦식용인지 확실치 않다면 따지 않는 게 상책. 독초에 중독됐다면 신속히 병원을 찾는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봄나물, 한방에선 약재

한의사의 시선으로 보면 봄나물은 단순한 반찬이 아니다. 각종 의서(醫書)들이 인정했듯이 훌륭한 약제이다. 처방전이 필요 없고 복용수칙은 더구나 쓸데없는 봄나물의 효능은 웬만한 건강기능식품을 능가한다.

가장 대표적인 봄나물인 쑥(靜血) 작용이 있어 육류 위주의 식사로 산성화된 피를 맑게 해주고 몸 속 노폐물을 배출해주는 역할을 한다. 비타민A가 많아 하루 80g정도만 먹어도 필요량이 다 섭취될 정도다.

복통에 효과가 있어 예전에는 말려서 복대를 만들어 배에 두르기도 했다. 쑥에 들어있는 ‘ (cineol)’ 이라는 성분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줘 감기치료와 냉증에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취나물. 요통, 두통도 잘 다스린다. 만성기관지염과 인후염 등이 있을 때도 장복하면 치료하는데 도움을 준다.

2월말부터 캐내 나물로 무쳐 먹을 수 있는 씀바귀

뿌리는 첫 맛의 씁쓸함이 겨우내 떨어진 기운을 돋워주는데 그만이다. <동의보감> 은 ‘’. 봄에 씀바귀를 캐 먹으면 식욕을 올리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더위에도 강해진다고 한다. 밥을 많이 먹어도 팔, 다리가 마르는 아이들의 반찬으로 챙겨 먹이면 좋다.

한방에서 어린 순을 약재로 쓰는 고사리

위와 장에 머물고 있는 열독(熱毒)을 풀어주고 가벼운 이뇨 작용도 한다. 이러한 냉(冷)한 성질 때문에 남자의 양기를 줄인다는 속설이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고사리는 신장을 보강하는 효능이 있어 정력을 증강한다. 칼슘과 칼륨 등 무기질 성분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 각종 공해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두루 효과가 있다. 또한 ‘’.

'작은 마늘'로 불리는 달래

매운 맛을 가지고 있어 비장과 신장의 기능을 돕는다. 가슴이 답답하고 아플 때 응결된 기운을 밑으로 내리고 흩어지게 한다. 양기를 보강하고 성욕을 왕성하게 해 남성에게 좋은 나물로 알려져 있다. 빈혈과 동맥경화 예방에 특별한 효능이 있다.

냉이. ‘(choline)’. 눈을 밝게 해주고 식욕을 증진시켜 제철에 채취해서 잘 다듬은 후 말려서 보관했다가 피로할 때마다 차로 끓여 마셔도 좋다.

두릅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고 활력이 없는 사람에게 특효를 보이는 나물이다. 위의 기능을 왕성하게 하는 작용을 해 위경련이나 위궤양을 낫게 하고 꾸준히 먹으면 위암을 예방하는 효능도 있다. 신경을 안정시키는 칼슘도 많이 들어 있어 정신적으로 긴장이 지속되는 사무직 종사자와 학생들에게 적격이다.

도움말ㆍ경희대학교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 광동한방병원 문병하 부원장 우보한의원 노원점 한이수 원장

■ '식탁의 활력' 봄나물 요리

봄나물에 듬뿍 담긴 비타민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파괴되므로 뜯은 즉시 먹는 것이 좋다. 흙을 털고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된장국에라도 넣는다면 여독을 푸는데 그만이다. 입맛을 살리고 여독을 풀어 줄 간단한 봄나물 요리를 저녁 식탁에 올려보자.

▦ 삼색 봄나물

▲ 유채 된장 겉절이

재료: 유채 200g, 깻잎 4장, 된장 양념(된장 2큰술, 식초 1작은술, 다진 마늘·다진 파·참기름 1/2큰술씩, 잣가루 1큰술)

만드는 법: 유채와 깻잎은 씻어 물기를 뺀다. 손을 이용해 먹기 좋은 크기로 뜯는다. 된장 양념 재료를 한 데 섞어 먹기 전에 살살 버무린다.

▲ 돌나물 무침

재료: 돌나물 150g, 초고추장 양념(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1/2작은술, 설탕 1/2큰술, 식초·물엿 1작은술씩, 다진 파·다진 마늘 1작은술씩)

만드는 법: 돌나물은 씻은 후 체에 받쳐 물기를 뺀다. 나머지 재료를 섞어 초고추장을 만든다. 돌나물에 초고추장을 넣어 살살 버무린다.

▲ 원추리나물 무침

재료: 원추리 200g, 소금 1작은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깨소금·참기름 1/2큰술씩

만드는 법: 원추리를 깨끗이 다듬어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친 뒤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뺀다. 원추리에 소금을 넣고 버무린다. 나머지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원추리에 양념장을 넣어 살살 버무린다.

▦ 두 가지 취나물

재료: 데친 취나물 200g, 양념 재료 1(국간장ㆍ들기름 1큰술씩, 깨소금 약간), 양념 재료 2(된장 1/2큰술, 참기름ㆍ깨소금 약간씩)

만드는 법: 취나물은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쳐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꼭 짠다. 데친 취나물을 2등분 해 각각 양념 1, 2를 나눠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양념 1에 무친 취나물은 프라이팬에 부드럽게 볶은 후 실고추를 올려준다.

▦ 봄나물 튀김

재료: 냉이 100g, 두릅 12개, 튀김가루 1컵, 물 1.2컵, 식용유(튀김용) 적당량

만드는 법: 냉이와 두릅은 깨끗이 씻어 체에 받쳐 물기를 뺀다. 튀김가루에 물을 붓고 덩어리가 지지 않게 잘 섞어 튀김옷을 만든다. 손질한 냉이와 두릅에 튀김옷을 골고루 입힌다. 튀김 팬에 식용유를 붓고 뜨겁게 가열한 뒤 냉이, 두릅을 바삭하게 튀긴다.

▦ 들깨 고사리나물

재료: 고사리 400g, 들깨 국물 2컵, 멸치 국물 1컵, 들기름ㆍ국간장ㆍ다진 파 2큰술씩, 다진 마늘 1큰술, 소금ㆍ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고사리는 줄기의 질긴 부분을 잘라낸다.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고사리를 볶다가 멸치 국물을 붓고 끓인다. 국물이 끓으면 국간장과 다진 파, 마늘을 넣어 끓인다. 고사리가 부드러워지면 들깨 국물을 넣어 끓인다.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맞춘다.

*들깨 국물은 씻은 들깨를 물과 함께 믹서로 갈아 면 보자기에 거르면 국물이 뽀얗고 맛도 진하다. 번거로우면 시판되는 들깨 가루 반 컵을 1컵 반의 물에 타서 사용해도 된다.

▦ 봄나물 샐러드

재료: 여러 가지 봄나물(달래, 냉이, 미나리 등) 200g, 무순ㆍ민트 약간씩, 간장 드레싱(간장 2큰술, 맛술 1큰술, 설탕 1작은술, 식초 2작은술, 참기름 1/2큰술)

만드는 법: 갖가지 봄나물을 손질하여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무순, 민트도 씻어 건져 놓는다. 봄나물을 섞어 담고 간장 드레싱을 만들어 끼얹어 낸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