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경제학에 투자자의 심리분석을 접목한 ‘행태재무학(Behavioral finance)’이라는 학문이 있다. 행태재무학은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개인투자자가 실패하는 다양한 원인을 밝혀낸 바 있다.
이 같은 행태재무학의 연구 주제 중에 ‘공돈 효과(house-money effect)’라는 것이 있다. 글자 그대로 도박장에서 번 돈이라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통해 돈을 벌 경우 이를 마치 도박에서 돈을 딴 것과 같이 취급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공짜로 돈을 번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에 ‘없어도 그만’이라는 심리가 팽배해지고,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용감해진다. 공돈 효과가 위험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적절한 리스크 관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종목을 잘 찍어 단기에 대박을 노리는 투기로 쏠리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펀더멘털이 부실한 소형주, 이른바 개별종목이 급등하고 있다. 물론 그 중에는 그간 증시 상승에서 소외됐던 일부 우량 소형주도 있다. 하지만 겉 모양만 그럴 듯하지 속은 곯아있는 종목들이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나도 소형주입네 하며 개인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는 것은 걱정스럽다.
앞서 말한 ‘공돈 효과’에 빠진 투자자들은 이처럼 단기에 급등하는 종목에 끌리기 쉽다. 어차피 큰 힘 안들이고 주식으로 번 돈, 없는 셈치고 대박이나 한 번 노려보자는 식이다.
그러나 과거 그럴 듯한 재료를 내세워 단기간에 급등한 종목이 결국에는 급락하면서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당장 무서운 질병에 대한 치료제가 나올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든가, 산업 전반을 뒤흔들만한 신기술을 개발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들 말이다. 필자의 20년 증시 경력에서 그 같은 뜬 소문이 현실이 된 경우는 없었다.
투자는 결국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므로, 그 같은 종목에 투자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같은 투자행태가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일 것이다.
이제는 주식으로 번 돈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 5년 동안 부은 적금을 그런 주식에 투자하라면 누가 선뜻 받아들이겠는가. 0.1% 금리차이를 좇아 이 은행에서 저 은행으로 계좌를 옮기고 발품을 파는 이들이 유독 증시에서 번 돈은 쉽게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땀 흘려 번 돈이나 주식투자로 번 돈, 모두 같은 소중한 돈이다.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