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에 대해 연일 직접 언급을 계속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보따리 장사하듯 정치를 한다'고 비판한 데 이어, 어제 청와대 브리핑은 "개인적 이해관계와 상관 없이 탈당한 것이라면 대통령의 비판은 손 전 지사를 오해한 것"이라면서도 원칙과 명분을 들어 손 전 지사에 대한 비판 기조를 이어갔다.
임기 말에 들어선 대통령이 차기 대선 주자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두 말할 필요 없이 차기 주자의 어떤 잘잘못이든 이를 평가하고 선택하는 주체는 국민이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은 여론의 눈으로 이미 도의적 평가를 거쳤고, 추후 내려질 판정 역시 대통령의 평가가 개재될 소지는 없다.
대통령은 정치적 존재이며 정치현실에 대해 얼마든지 개별 소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대선 주자에 대해 개인 품평의 성격으로, 공개적으로, 번번이 계속된다면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다.
노 대통령의 대선 주자 품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건 전 총리에 대해 "실패한 인사"라는 공격으로 그를 낙마시킨 것을 비롯,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에 대해 일일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어느 나라의 현직이 차기 주자들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그리고 집요하게 비판 발언을 계속하는지 노 대통령은 자문해 볼 일이다.
내용이 옳은지 여부도 논쟁의 소지가 있다. 탈당 문제만 해도 그렇다. 노 대통령은 아예 당을 깨고 나온 더 큰 구태를 서슴없이 저지른 전력이 있다. 그러니 "노 대통령이 바로 무능한 진보"라든지 "노 대통령이 오히려 극복의 대상"이라는 반박을 곧바로 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이 맞고 틀리고는 다음 문제다. 임기 말 대통령이 강조할 메시지는 선거가 아니라 민생과 국정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대통령의 생각과 업무가 한가하고 엉뚱한 것처럼 전달되는 것은 대통령에게도 국민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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