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2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폭탄테러를 당할 뻔한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AP통신은 반 총장이 이날 바그다드의 총리공관에서 누리 알 말리키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반 총장은 다치지 않았으나 충격파로 천장에서 파편이 반 총장 위로 떨어졌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반 총장은 중동 6개국 순방에 앞서 이날 새벽 극비리에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반 총장은 갑작스러운 폭발음에 놀란 듯 꺼내 들었던 수첩을 주머니에 넣은 뒤 연단 아래로 몸을 숙이고 좌우로 고개를 돌려 살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CNN은 반 총장이 놀라 급히 움츠리는 모습을 주요 뉴스로 되풀이 보도했다. 알 말리키 총리는 경호원이 몸을 보호하려 하자 “괜찮다”고 말했다. 반 총장도 폭발 수분 만에 회견을 재개했으나 질문 1개에 답변을 한 뒤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번 공격이 반 총장을 겨냥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기자회견장 건물 50m 밖에 떨어진 폭발물은 지름 1m의 구멍이 땅에 파일만큼 강력했으며 경비원 2명이 가벼운 부상을 당했고, 차량 2대가 파손됐다. 외신들은 공격이 로켓탄 1발로 이뤄졌다고 보도했으나 CNN은 이라크 관리를 인용, 박격포탄 2발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라크 당국은 그러나 누가 공격을 가했는지에 대해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미군은 공격 후 헬기로 인근지역을 수색했다.
총리공관은 미 대사관과 정부시설이 밀집한 바그다드의 안전 지대인 ‘그린 존’에 있다. 반 총장의 이라크 방문은 공개된 일정에 없던 것으로 이라크 사태해결을 위한 유엔의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것이다. 반 총장은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이집트로 출발, 예정대로 중동순방 일정에 들어갔다.
반 총장은 2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정상회담에도 참석한다. 이번 해외 순방은 반 총장 취임 후 세 번째이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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