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고법 부장판사를 퇴임한 A변호사가 변호인단에 포함된 대형 형사소송 1건을 형사재판부에서 수석재판부로 다시 배당했다.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관 변호인의 사건은 수석재판부에서 특별 취급하는 규정 때문이다. 하지만 서초동 법조타운에서는 피고인측이 보다 유리한 판결을 기대하며 의도적으로 사건을 수석재판부로 보내기 위해 A변호사를 고용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법원은 지난해부터 전관예우의 폐해를 근절한다는 취지로 퇴임 1년이 안된 판사 출신 변호인이 맡은 사건을 수석재판부에 배당하는 제도(특정 형사사건의 재배당에 대한 예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변호인측이 이를 역이용, 수석재판부와 일반재판부 중 자기 입맛에 맞는 재판부를 고르는 편법의 도구로 이용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재판의 공정성을 지키려는 재판부와 이를 뚫어보려는 변호인측의 치열한 창과 방패 싸움인 셈이다.
대법원 예규는 ‘1년 이내 사임한 전관이 관내 법원에서 수임한 사건은 수석재판부로 배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고법의 경우 올들어 이미 4명의 부장판사들이 법원을 떠나는 등 해마다 전관 변호인이 늘어나면서 전관예우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은 지난달부터 예규를 더욱 엄격히 적용, 재판기일이 지정된 이후 변호인단에 전관이 선임된 사건도 수석재판부에 재배당하는 내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석재판부 재판장은 일반재판부에 비해 기수나 연령이 높다”며 “경험과 관록이 많은 만큼 판결도 젊은 판사들보다 관대한 편이어서 일부러 전관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고법 수석재판부에는 사건이 밀려들고 있다.
서울고법 박영재 공보판사는 “평소 전관 변호사사건이 5,6건 정도였는데 최근 15건으로 3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측은 “법과 원칙 외에 다른 고려사항은 없다”며 재판부에 따른 양형 차이를 부인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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