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잠잠했던 금융권 노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들어 여러 은행장들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더니 결국 우리은행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했다. LG카드는 신한지주와의 합병 과정에 반발, 다음달부터 총파업 돌입을 다짐하고 있다. 총파업이 이뤄진다면 2003년 6월 조흥은행 총파업 이후 4년 만의 ‘사건’이 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우리은행 노조는 21일 박해춘 행장 내정자의 기자회견까지 물리력으로 저지하고 “26일부터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며 기세를 올렸다. 22일에는 대의원대회까지 열어 결의를 다졌지만 결국 파업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노조 측은 “파업 찬반투표 결과가 27일은 돼야 나오는데다 적법 절차에 따라 파업하려면 단체협상 3회 결렬에 15일간 쟁의조정기간도 필요해 일정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 저지’는 합법적인 파업 명분이 안된다”며 “그동안 압박용으로 ‘불법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했으나 고객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불법 총파업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파업 찬반 투표에서 97%의 찬성표를 얻은 LG카드 노조는 22일 “신한지주가 합병 과정 논의에서 노조를 계속 무시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검토까지 마치는 등 면밀히 준비한 탓에 당장 파업에 돌입해도 ‘합법’인 상태지만 고민도 크다. 노조 관계자는 “정말 대화를 거부당하면 4월부터 단계별 투쟁에 나설 방침”이라며 “총파업 여부는 여론의 비난 부담이 커 굉장히 신경쓰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금융업이 유독 호황을 누리면서 고액 연봉에 수백~수천%의 성과급을 받은 직원들이 총파업에 나선다면 명분이 무엇이든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며 “부분파업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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