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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 샌드위치론에 왜 그리 민감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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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 샌드위치론에 왜 그리 민감한가

입력
2007.03.2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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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이 제기한 '샌드위치 경제론'에 대해 정부가 쌍심지를 켜고 발끈하는 광경은 어이가 없다. 이 발언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마자 정부 홍보 매체인 국정브리핑은 '청개구리 언론이 때 아닌 경제위기 타령을 한다'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이 나서 "호들갑스럽게 목소리를 높이고 서로 비판하는 데 급급한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공박했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멀리 앞서나가는 일본과 바짝 뒤쫓아오는 중국 사이에 끼여 있는 위태로운 형상이라는 분석을 부인하는 것도 아니다. 김 장관은 한 조찬강연에서 대중국 무역흑자가 줄어드는 반면 대일본 무역적자는 늘고 있다고 걱정하면서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결코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표현은 조금 다르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샌드위치론과 오십보백보다.

샌드위치론이 10년 전 미국 컨설팅 업체인 부즈 앨런이 주장한 '넛 크래커(호두까는 기계)론'을 재탕한 것이라는 김 장관의 주장도 한가로운 말장난이다. 10년 전과 지금 상황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에서 한국을 맹추격해 온 중국이 이제는 우리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까지 위협하고 있다. 조선 분야의 경우 불과 얼마 전까지도 중국이 따라오려면 10년은 있어야 한다며 가장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올들어 두 달 동안 중국은 우리의 두 배 가까운 수주실적으로 세계 1위의 조선국에 올라섰다.

영국의 유력지 파이낸셜 타임스(FT) 역시 '서울은 몽유병에 걸렸다'는 제목의 특집 기사에서 한국이 중국ㆍ인도와 일본 사이 틈바구니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세상이 모두 아는 사실을 정부만 굳이 외면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위기에 대한 둔감증이거나 모든 경고를 정부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피해망상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어떤 이유든 경제전쟁의 최전선에서 생사를 걸고 싸우는 기업인들의 절박한 외침을 호들갑으로 격하하는 정부의 안이한 인식은 정말 몰염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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