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당내 일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4월25일 실시되는 전남 무안ㆍ신안 보궐선거 후보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홍업씨를 공천하기로 21일 결정했다.
무소속 출마를 고집하던 홍업씨도 민주당의 결정을 받아들인 데다 열린우리당도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호남에서 사실상 양당의 선거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이날 “기존 신청자 4명 보다 김씨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데다 DJ와 민주당은 혈연관계라는 점 등을 고려해 김씨를 전략 공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중식 공천심사위원장도 “중도개혁통합의 노력과 민주당 창업자인 DJ에 대한 배려가 동시에 고려됐다”며 “위원 13명 중 퇴장한 이상열 의원을 제외하고 만장일치로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공천하지 않은 채 무소속 후보를 지원할 경우 공당으로서의 명분이 서지 않는 만큼 전략 공천 형식으로 홍업씨를 내세워 민주당의 호남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와 관련 김홍업씨는 “부족한 저를 배려해준 민주당의 결정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씨측은 당초 민주당 입당의 전제로 범여권 단일후보 자격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결정은 예상된 수순이긴 하지만 민주당은 ‘DJ 눈치 보기’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당내 일각의 반발 역시 식지 않을 전망이다.
전남도당 위원장인 이상열 의원은 “국민과 당원의 기대를 저버린 결정”이란 반박 성명을 내고 공천심사위원직을 사퇴했다. 그는 “홍업씨는 사면복권을 받기는 했지만 이권청탁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 선고를 받은 전력이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우리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민주당과의 공조를 통해 호남 민심을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우리당 간판으로는 전남 지역에서 승산이 거의 없다는 상황 판단도 작용했다.
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아직 재보선 공천과 관련 결정된 바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다른 고위 당직자는 “범여권 통합을 위해 우리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홍업씨를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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