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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인생, 길이 있다] 워크넷 두드리면 취업문이 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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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인생, 길이 있다] 워크넷 두드리면 취업문이 열려요

입력
2007.03.2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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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중견 제조업체에서 조기 퇴직한 이후 일자리를 찾고 있는 한모(47)씨가 취업 정보를 얻는 곳은 고용지원센터 내의 구인 게시판이 전부였다. 구직 생활 1년이 다 되도록 인터넷에서 일자리 정보를 찾는 건 엄두도 못 냈다. “입력해야 할 것도 많고 복잡해서 그만 뒀다”는 게 한씨의 하소연이다.

그런 한씨가 인터넷을 켜고 취업 정보 찾기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포털 워크넷(www.work.go.kr)이다. 워크넷 화면 지시에 따라 회원에 가입하고 손쉽게 다양한 정보를 얻은 한씨는 “이렇게 편리하고 정보도 많은 곳을 모르고 지낸 게 후회된다”며 활짝 웃었다.

● 여전히 인터넷이 어색한 중ㆍ고령자들

전 국민이 인터넷 이용자라고 하지만, 한씨 같은 일부 중ㆍ고령자들에게 인터넷은 여전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매일 쉴 새 없이 새롭게 인터넷에 올라오는 취업 정보도 컴맹인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인터넷이라면 손사래를 치던 한씨가 마음을 다 잡고 들어간 워크넷은 노동부 산하의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취업포털이다.

국내 최대를 자부하는 워크넷은 20~30대 젊은 층을 위한 일자리 정보가 대부분인 민간 사이트와 달리,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폭 넓고 다양한 구인 정보를 서비스한다. 워크넷에는 현재 10만개의 일자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 20만~25만명이 접속한다. 총 회원 193만명 중 40대 이상은 18만명(9%), 20~30대는 140만명이다.

●희망 조건 입력하면 내게 맞는 직장이 ‘짠’

워크넷이 자랑하는 서비스 중 하나는 개인 일자리 맞춤 정보 서비스다. 고용정보원에 있는 고용 관련 전산망을 통합ㆍ연계해 구축한 노동시장정보 통합분석시스템(LaMAS)을 기반으로 제공된다. 학력 나이 임금 등 구직자 정보와 희망 조건을 입력하면 지원 가능한 회사에서부터 희망 업종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어 회원들에게 인기가 좋다.

고졸인 한씨는 ‘서울에서 월 2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버스ㆍ승합차 운전사 직종’을 원한다. 탁,탁,탁 서툰 독수리 타법으로 워크넷 화면 지시에 따라 ‘지역-서울, 나이-47, 경력, 학력-고졸, 직종-버스 및 승합차 운전사, 희망임금-월 200만원’을 입력했다. 워크넷은 즉각 다음과 같은 데이터를 쏟아냈다.

“선생님이 선택하신 희망임금 월 200만원은 다른 구직자의 희망임금보다 평균 27만원 많고 사업주 평균 제시임금보다 61만원 많습니다. 최근 버스ㆍ승합차 운전 분야 취업자 평균 임금에 비해선 32만원이 많은 만큼 희망임금을 낮추는 게 취업에 유리합니다. 현재 선생님께 맞는 일자리는 16개 있고, 구직자는 340명입니다. 일자리보다 구직자가 324명이 많아 취업은 매우 어렵습니다.”

서툴게 마우스를 움직이며 일자리 맞춤 정보를 읽어 내려가던 한씨는 “희망 임금이 높고 취업이 매우 어렵다”는 분석에 한숨을 쉬었다. 한씨는 그러나 “내 조건으로 취업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희망하는 급여가 적절한 수준인지, 나와 비슷한 조건과 희망을 가진 경쟁자가 얼마나 많은지 등 궁금한 점을 해결해 속 시원하다”며 웃었다. “워크넷을 잘 활용해 반드시 일자리를 구할 것”이라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알선하는 일자리 질 높아져야

방대한 취업 정보가 일목요연 정리돼 있는 워크넷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구인ㆍ구직 정보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다소 부실하다. 마땅한 여과 장치가 없어 구인 업체가 기업 규모나 급여 수준, 복지 혜택 등을 사실과 다르게 올려 구직자들이 낭패를 경우도 있다. 워크넷이 알선하는 일자리 질이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워크넷의 도움으로 취업한 40대 이상은 모두 17만6,200명(평균 임금 월 137만6,000원)인데, 이 중 운전, 경비, 청소, 건설 등 단순 노무ㆍ기능직이 11만300명이었다.

워크넷을 통해 일자리를 얻은 김형중(52)씨는 “일자리 수는 많은데 임금이 낮고 일자리도 대부분 청소 경비 등 단순 노무직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전문가와 시민들의 아이디어 공모를 받는 등 수요자 중심의 워크넷으로 거듭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 정리해고 아픔 떨친 52세 김형중씨/ "두번이나 일자리 찾아주더라고요"

전북 전주시에 사는 김형중(52)씨는 2004년 1월 “25년간 청춘을 바쳐 온 회사”에서 정리해고 됐다. 평생직장으로 여겼던 일터를 하루 아침에 잃게 되자 김씨는 세상을 헛되이 살았다는 자괴감에 빠졌다. 김씨는 재취업을 위해 이곳 저곳 이력서를 내고 취업알선센터도 찾아갔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짜 맞기 일쑤였다.

김씨는 2004년 8월 친구의 소개로 “워크넷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인터넷이 서툰데다, 워크넷에서 어떤 메뉴를 클릭해야 할지 몰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새 일자리 정보가 수시로 올라오고 재취업에 유용한 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매일 워크넷을 찾았다.

한 달 뒤 김씨는 워크넷에 올라온 구인정보를 통해 전북 군산의 한 공장에 취직했다. 연봉은 전 직장의 3분의 1도 안 됐지만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생겼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그러나 전주가 집인 김씨에게 군산까지 매일 통근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는 또 다시 워크넷을 두드렸고, 지난해 가을 전주 집 근처 구립 어린이회관의 시설관리 팀에 취직했다. 김씨는 “나이가 들어 인터넷에 서툰 사람들도 나를 보고 자극받아 워크넷을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일환기자

■ 나이벽 뛰어넘은 68세 박봉래씨/ "일하는 보람 찾아준 워크넷이 효자"

박봉래(68)씨는 30여년간 배관 기능공으로 일했던 비료회사에서 1996년 정년퇴직 했다. 은퇴 후 박씨는 설비업체에서 현장관리직을 맡은 뒤 2001년 서울에 있는 물류남품 업체에 다니다가 66세이던 2005년 2월 회사의 인원감축으로 퇴사했다.

박씨는 안양고용지원센터를 비롯해 실버취업박람회에 쫓아 다니고 길거리 정보지를 챙기는 등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65세 이상자를 반기는 데는 없었다.

고용지원센터 직원이 “워크넷에서 한번 알아보라”고 추천했다. 배우기 좋아하는 성격 덕분에 인터넷은 할 줄 알았지만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겠다며 활용해 볼 생각은 전혀 못했던 터였다.

워크넷에 들어간 박씨는 ‘연령 무관’이 적힌 구인 정보만 찾았다. 안양공고에서 폐수처리 직을 맡을 사람을 찾는다는 구인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어려운 일도 할 수 있습니까?”라는 학교 측의 질문에 당당하게 “물론입니다”라고 답했다. 박씨는 면접 다음날부터 출근했다.

학생들이 실습할 때 나오는 폐수를 처리하고 폐기물을 분리수거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연봉은 약 1,600만원이다. 박씨는 “늦은 나이에 일자릴 찾아준 워크넷이 효자”라며 “몸은 힘들어도 일을 한다는 보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환기자

■ 워크넷 맞춤정보 이용하는 법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워크넷(www.work.go.kr)에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희망 직종ㆍ임금 등의 내용을 담은 구직 신청도 함께 쓴다. 홈페이지 위쪽의 ‘개인서비스’ 코너를 클릭한 뒤 구직신청 정보à맞춤정보 보기 등의 과정을 거치면 임금 채용 직업훈련 등에 관한 상세 맞춤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무료다.

워크넷은 대졸 신규 취업희망자 외에도 청소년, 고령자, 장애인, 여성, 일용직 등 주제별로 세분된 취업정보 서비스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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