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이용자제작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을 규제할 새로운 기준 마련이 절실하다. UCC가 온라인 문화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지만, 저작권의 잣대로 보면 십중팔구 ‘해적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TV프로그램을 이용한 UCC의 유통을 두고 방송사와 인터넷업체 사이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의 미디어기업 비아콤은 13일 대표적 UCC 공유 웹사이트인 유튜브를 상대로 10억달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MBC KBS SBS 등 국내 방송사들도 38개 온라인업체에 저작권 위반행위에 대한 경고장을 보냈다. 디지털문명의 도도한 물결이 아날로그 법제도라는 암초를 만나 거대한 파열음을 내고 있는 셈이다.
갈등이 깊어지자 정부도 중재에 나섰다. 문화관광부와 저작권보호센터는 21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서 ‘UCC가이드라인 컨퍼런스’를 열고 ‘웹(Web) 2.0’ 시대에 저작권 개념 적용방안을 모색했다.
발제에 나선 이대희 성균관대 교수(법학)는 “저작권법이 허용하는 ‘인용’ 개념과 온라인업체들이 주장하는 ‘인용권’은 다르다”며 현재 UCC의 대부분이 저작권 침해요소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제작자의 창작성이 가미되지 않은, 다른 저작물을 베껴서 만든 UCC는 2차 저작물로 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반면 온라인업체는 기존 저작권법으로 UCC를 규제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김경익 판도라TV 대표는 “이용자가 제한된 범위 내에서 다른 저작물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대신 사이트 운영자가 저작권자에게 이용료를 지급하는 ‘인용권’을 인정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인용권도 결국은 저작권자의 허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과 별개의 권리로 인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방송사들은 강경한 입장이다. 하동근 iMBC 대표는 “불법복제 및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콘텐츠 사용허용을 전제로 한 ‘인용권’ 요구는 본말이 뒤바뀐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사들이 UCC 문제에 강경한 것은 온라인 유통질서가 무너질 경우, 방송콘텐츠도 소리바다를 통한 불법유통으로 무너져 버린 음악시장의 전철을 뒤따를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방송 3사는 온라인업체가 경고장을 무시할 경우 법적조치도 불사할 태세다.
이 교수는 저작권 논란의 대안으로 ‘CCL(Creative Commons Licenses)’ 개념 도입을 제안했다. CCL이란 저작권자가 저작물을 공표할 때 함께 제시하는 이용허락에 관한 기준으로, 제3자가 이 기준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 합법적인 행위로 인정하는 개념이다.
‘원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등의 이용허락조건을 저작물에 명시하고 이를 지킬 경우 제3자에 의한 인용 또는 재가공을 허용하는 것이 CCL이다. 정부는 CCL을 가이드라인의 유력한 모델로 고려하고 있다.
UCC 가이드라인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단순복제와 이용자에 의한 재창조를 가르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입장이다.
다른 저작물을 이용한 패러디나 오마주가 대표적인 경우다. 윤종수 서울북부지법 판사는 “네티즌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수십 가지 버전으로 생산된 2컷 만화 ‘조삼모사’ 시리즈가 전형적인 저작권 위반 UCC”라며 “가이드라인 제정에 앞서 UCC가 갖는 사회ㆍ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문화평론가는 “UCC에 들이대는 저작권의 잣대를 적용하면,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이용한 앤디 워홀의 작품도 표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