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0일 “탈당이 죽음의 길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지금 매를 맞고 죽더라도 감수하고 새로운 정치를 해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를 위해서 불쏘시개가 되라면 불쏘시개가 될 것이고, 치어리더가 되라면 치어리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의 발걸음은 그리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대선을 향한 로드맵과 인맥, 조직 등 모든 게 백지 상태이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서대문 캠프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정치적 플랜을 마련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신이 참여할 신당의 대선후보 선출 방식에 대해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제)이어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에게 가장 급한 것은 사람을 모으는 일이다. 서대문 캠프에선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을 제외하곤 김성식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와 박종희 전 의원 등 핵심 인사들이 모두 손 전 지사와 함께 하기로 했다.
손 전 지사의 신당 창당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은 ‘비(非)열린우리당, 반(反)한나라당’을 내걸고 각 분야 386 운동권 출신들이 창립한 ‘전진코리아’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적 색채의 ‘창조한국 미래구상’과 386 전문가 그룹인 ‘통합과 번영을 위한 국민행동’도 손 잡을 수 있는 세력으로 꼽힌다.
미래구상측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19일 밤 손 전 지사가 전화를 걸어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보수 정당과 개혁적 중도 정당, 진보 정당으로 정계가 재편돼야 하고, 중도적 제3세력의 축으로 손 전 지사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설가 황석영씨, 시인 김지하씨 등 손 전 지사와 가까운 민주화 인사들도 신당의 그릇이 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과 진대제 전 정통부장관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명망 있는 외부 인사들을 끌어들이는 일인데 이들의 동참 여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정 전 총장은 이날 충남대 특강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손 전 지사와는 친분이 있어 인간적으로 만나자고 하면 만날 용의는 있다”면서도 “(함께) 정치적 모임을 할 수는 없다”고 말해 일단 거리를 두었다.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 민주당 등 범여권 진영과의 대통합에 나설 수도 있지만 일정표의 맨 마지막 자리일 개연성이 높다.
손 전 지사의 한 측근은 “신당의 구체적 모습이 그려지려면 최소한 5,6월은 돼야 할 것”이라며 “8월로 예정된 한나라당의 경선 일정을 감안한다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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