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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킬리만자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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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킬리만자로의 눈

입력
2007.03.2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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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 / 시사영어사"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1950년 3월 21일 가수 조용필이 출생했다. 1968년 데뷔한 그는 40년째 ‘20세기 최고의 한국 가수’로 무대에 서고 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그가 1985년 12월 발표한 8집 앨범에 들어있는 노래다.

암울했던 1980년대 초 ‘창밖의 여자’ ‘친구여’ 등 조용필의 노래는 한국인들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요즘 식으로 말하면, 2%가 부족했다.

광주에 절망한 대학가나 운동권에서 그는 아직 국민가수가 아니었다. 여전히 딴따라일 뿐이었다. 그러나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는 독백으로 시작하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그 2%를 채웠다.

회한이 아닌 의지, 도피가 아닌 초월의 열망으로 절절한 노랫말은 조용필의 애 끊는 목소리에 실려 우리 가요를 다른 차원에 들어서게 했다.

이 노랫말을 지은 양인자는 대학시절 신춘문예에 낙방한 뒤 내년에는 반드시 당선하겠다고 자기최면을 걸면서, 미리 당선소감으로 이 문장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그 표범은 헤밍웨이의 명단편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 등장하는 표범이다. 헤밍웨이는 <그런 높은 곳에서 그 표범이 무얼 찾고 있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까지 아무도 없었다> 고 썼다.

오늘 밤에도 어느 거리의 노래방에서 한국의 남녀들은 목청껏 외칠 것이다.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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