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바클레이즈 은행과 네덜란드 최대 은행인 ABN암로의 합병 추진이 급물살을 탔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사상 최대의 유럽 은행간 합병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관계자들을 인용, "바클레이즈가 800억 달러 이상에 ABN암로를 인수하는 계약이 임박했다"며 "향후 14일 안에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은행의 합병이 성사되면 합병은행 자산은 약 800억 파운드(1,550억 달러)로 씨티그룹과 HSBC에 이어 자산규모 세계 3대 은행이 될 것으로 영국 BBC는 내다봤다.
또한 영국 HSBC에 이어 외환ㆍ채권 거래에서부터 인베스트먼트 뱅킹과 신용카드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인 영업창구를 가진 또 하나의 거대 유럽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물론 이번 합병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우선 천문학적 규모의 국경간 거래인 데다, 두 은행의 개별 사업부문에 대한 통합 협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상은 언제든 무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ABN암로는 경영악화로 1년 여 전부터 구조조정 외압을 받아왔다. 특히 이 은행지분 1%를 보유하고 있는 TCI나 토스카 펀드 등 공격적 헤지 펀드들은 경영진에게 은행의 매각 또는 사업 분할을 요구해왔다. 올해 초 이 은행이 미국 모기지 사업부문을 씨티그룹에 분할 매각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계약이 성사되면 합병은행은 바클레이즈 최고경영자(CEO)인 존 발레이가 이끌 예정이며, 본점은 암스테르담에 두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ABN암로는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남미 등에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 시카고의 라셀레 은행 등 세계 53개국에 영업망을 갖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영국 내 막강한 소비자금융 및 투자은행 기반 외에 미국에도 자산운용 사업망을 갖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이번 합병을 통해 향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채권거래 등 두 은행간 사업 중첩 부문을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작업 등 난제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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