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6차 6자회담 이틀째 회의에서 6자 당사국이 북한 핵시설을 수개월 내에 불능화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 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는 17~19일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초기조치 이후 단계에 이뤄지는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와 모든 핵시설의 불능화 처리 수순을 세분화하고 시한도 정하자고 제안했다. 한미는 일단 초기조치 단계에서 폐쇄가 이뤄지는 영변 5㎿급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에 대해 먼저 불능화하자는 입장을 북측에 제시했다.
한미의 이러한 제안은 플루토늄의 추가생산을 영구히 막고 현상유지를 확실히 해두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미는 영변 원자로 같은 조기 불능화 대상은 상반기에, 핵무기 제조시설까지 포함한 완전한 불능화는 연내에 종결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도 불능화를 지연시킬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 “북한도 불능화를 그렇게 오래 끌려 하지 않는다”며 “북측도 수개월을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은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서 적성국교역법 면제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북미 관계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북측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6자회담에 참가 중인 북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 “비핵화 방향으로 발걸음을 떼자면 조미 신뢰조성이 맞물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모든 핵시설의 불능화가 이루어진다면 테러지원국 해제 등 관계정상화 조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수개월 내 모든 핵 시설의 불능화’가 합의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불능화를 세분화하는 데 따라 특정 조치마다 특정 상응조치를 연결시키는 것이다. 가령 완전한 불능화에 앞서 영변 W원자로 등 우선 불능화 대상과 5자 당사국의 상응조치 요구수준을 맞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북측의 요구수준이 높을 경우 합의 난이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불능화의 기술적 개념 정립도 합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원자로의 어떤 부품을 못쓰게 만들 것이냐에 대해 6자 당사국이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북측은 원자로 노심 같은 핵심부품보다는 재생이 쉬운 제어장치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핵무기를 핵프로그램 신고대상에 포함시키느냐도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6자회담에 참가 중인 정부 당국자는 19일 비공식 브리핑에서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것도 신고 및 불능화 대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측은 핵무기가 신고목록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수개월 내 불능화’가 총론에서 의견접근을 이루더라도 각론에서 대립하면서 전체적인 합의가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천 수석대표는 “디테일(구체화 과정)이 악마”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