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베란다에 나가 바로 앞 동 아파트를 바라보면, 여기가 전라북도 무주인가 싶을 정도로, 반딧불이 깜빡깜빡 점멸하는 게 보인다. 청정지역도 아닌 이곳에 반딧불이 서식할 리 없으니, 그것이 곧 가장들이 피우는 담배 불빛임을 깨닫게 된다.
가장들은 행여 자식들이 볼까, 베란다에 불도 켜지 않은 채로, 어두운 아파트 단지를 무연히 내려다보며 담배를 피운다. 모두 각자 쓸쓸한 도깨비불이 되어, 깜빡깜빡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에게 조난 신호라도 보내듯, 천천히 담배를 피운다.
이제는 쉬이 볼 수도 없고, 만나볼 수도 없는 도깨비불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가장들은, 도깨비들의 존재를 믿지 않는 아이들의 눈치를 봐 가며 베란다로, 베란다로 쫓겨나와 있다. 모두 어린 시절, 잡히지 않는 도깨비불을 쫓아 허방 같은 어둠을 헤매던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이제 스스로 도깨비불이 되어, 스스로를 태우고 있다.
그리고 그 작은 도깨비불들 위로, 거대한 아파트의 네온사인이 번쩍번쩍 빛을 발하고 있다. 그 불빛 아래에서, 연약한 도깨비불들은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도깨비불들은 사라진 게 아닐지도 모른다. 단지, 더 큰 빛들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을 뿐. 도깨비들이 그리운, 그런 밤들의 연속이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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