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김(金)’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비록 ‘시범’이라고 하지만 언짢은 기분을 감출 순 없다. 결과도 문제지만 과정이 더 나쁘다. 투수들은 위기 때 어김 없이 점수를 내주고, 타자들은 찬스마다 헛방망이질이다. 공교롭게도 ‘양김’은 전ㆍ현직 현대 감독으로 올시즌 둘 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김재박(53) 감독과 김시진(49) 감독이 각각 이끄는 LG와 현대가 시범경기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LG는 20일 마산구장서 벌어진 KIA전에서 6-9로 졌고, 현대도 대전 한화전에서 6-10으로 패하며 두 팀은 공동 최하위로 처졌다.
3연패를 당하는 동안 LG는 선발투수 3명이 모두 무너졌다. 지난 17, 18일 롯데전에서는 최원호와 정재복이 뭇매를 맞았다. 20일 경기에서는 에이스 팀 하리칼라가 4이닝 2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2선발 박명환만이 18일 경기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체면을 세웠을 뿐이다. 상황은 현대도 비슷하다. 17일 선발 김수경만이 호투했을 뿐 18일 선발 전준호와 20일 선발 미키 캘러웨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찬스에서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타선의 집중력도 떨어졌다.
현대 사령탑 11년 동안 한국시리즈 4차례 우승을 이끈 김재박 감독은 지난해 11월 LG와 역대 최고 대우인 3년 15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LG는 김 감독의 요청에 따라 자유계약선수(FA) 박명환(4년 최대 40억원) 메이저리거 출신 봉중근(13억5,000만원) ‘검증된 용병’ 하리칼라를 데려오면서 전력을 크게 보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가시적인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코치 시절 최고의 ‘투수 조련사’로 이름을 날렸던 김시진 감독은 김재박 감독에 이어 지난해 11월 제2대 현대 사령탑에 올랐다. 열악한 구단 재정 탓에 화끈한 지원을 받지 못한 김 감독은 캠프 동안 자체 전력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힘이 달리는 모습이다.
한편 ‘승부사’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는 20일 인천경기에서 두산을 3-2로 누르고 3연승을 달리며 올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다운 전력을 과시했다. 롯데도 대구경기에서 에이스 손민한의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와 이대호의 결승 2타점 2루타에 힘입어 삼성을 2-1로 제압했다. SK와 롯데는 3전승으로 공동 선두를 달렸다.
인천=이상준기자 jun@hk.co.kr대구=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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