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으로 범여권의 대선주자 경쟁 구도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범여권은 손 전 지사의 탈당이 그동안 여론의 주목을 끌지 못했던 대선주자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손 전 지사가 범여권의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에 참여할지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손학규 효과는 기대에만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단 손 전 지사가 여야를 떠난 제3섹터만을 모색하지 않고 여권의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할 경우에는 기존의 대선주자 대결 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선 흥행 효과도 끌어 올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 민병두 의원이 “손 전 지사 탈당은 범여권의 대선주자 모두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분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당장 손 전 지사와 범여권의 여러 주자를 엮는 이른바 ‘드림팀’에 대한 기대가 나온다.
특히 손 전 지사와 여권의 영입 대상 영순위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기존 여권 주자인 정동영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의 대결이 성사된다면 상당한 폭발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팽팽한 대결을 벌인다면 여권의 경선도 ‘빅매치’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플러스 알파(+α)’ 효과를 불어넣을 잠재 주자들까지 가세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 우리당 한명숙 전 총리, 김혁규 의원 등은 이미 경선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또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진대제 전 정통부장관 등이 합세한다면 여권의 주자 경쟁은 볼만한 대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상정했을 때 얘기다. 현실화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우선 손 전 지사가 독자세력화에 주력할 것이라는 점에서 범여권 참여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여권 관계자는 20일 “손 전 지사가 범여권 주자를 노리더라도 오픈프라이머리 참여보다 막판 후보단일화 형태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세력이 없는 정 전 총장도 손 전 지사의 등장을 부담스러워 할 가능성이 있고, 흥행 요소를 갖고 있는 진대제 문국현씨 등은 정치와 거리를 두려 한다.
또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의 경우엔 손 전 지사의 등장이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다. 손 전 지사가 뜰수록 두 사람의 입지는 더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범여권의 대선주자 경쟁은 손 전 지사와 별개로 벌어지고 막판에 손 전 지사와 여권 후보가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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