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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허술한 은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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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허술한 은행법

입력
2007.03.2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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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는 이사회에 참여해 집행 간부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견제하는 기능을 갖는다. 대주주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다.' 한 경제용어 사전은 기업 사외이사를 이렇게 정의한다.

최근 외환은행의 사외이사 선임 내역을 보면 이런 용어 정의가 무색해진다. 총 6명의 사외이사 중 절반인 3명의 후보가 외환은행의 최대 주주인 론스타 관련 인사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대주주의 횡포를 막기는커녕 대주주의 적극 지원 세력이 될 판이다. 시민단체들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이사회를 장악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금융감독 당국도 론스타의 행태가 내심 불쾌한 모양이다. 하지만 마땅히 손을 쓸 수단이 없다. 최대 주주의 특수관계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은행법에 저촉되지 않는 합법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비단 외환은행만 그런게 아니다. 씨티은행, SC제일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등도 버젓이 최대 주주의 특수관계인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참 이상한 것은 금융업종 관련 법률 중 가장 엄격해야 할 은행법만이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사외이사 선임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법은 물론 여신전문금융업법, 심지어 상호저축은행법조차 사외이사의 결격 요인으로 '최대 주주의 특수관계인'을 분명히 못박고 있다.

금융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은행이 보험, 카드, 상호저축은행에 비해 더 엄격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인데도 은행법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은 사외이사를 포함해 은행 임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이나 규정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무작정 시간을 끌어서는 곤란하다. 대주주의 유린이 지속되기 전에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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