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도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계약해지를 요구하던 아파트 주인에 대해 법원이 ‘계약을 이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경기 안양에 사는 김모씨는 2005년3월 18평짜리 아파트가 2억1,000여만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계약금 2,000만원을 주고 잔금은 3개월 뒤 지급하기로 하고 집주인과 계약을 했다.
하지만 잔금을 치르는 날 집주인은 서류 준비가 덜 됐다며 4시간 뒤 다시 보자고 해놓고는 행방을 감췄다. 3개월 사이 아파트 값이 3,000만원 가량 올랐기 때문이었다. 집주인은 전화 연락도 끊었고, 계약을 대리한 실거주자도 돈 받기를 거부했다.
김씨는 소송을 냈다. 집주인은 “김씨가 돈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 중에도 아파트 값은 계속 올라 지난해 가을엔 3억원까지 치솟았다. 집주인은 이번엔 매매계약서 상의 ‘잔금 지불 전까지 계약금의 2배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민사18부(부장 지대운)는 20일“매매계약서의‘잔금 지불 전까지’의 의미는 ‘잔금지불의 이행에 착수한 때까지’의 의미로 보아야 하고 김씨가 잔금을 준비해 약속장소에 갔으므로 ‘이행 착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김씨의 승소를 유지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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